제목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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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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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1-10 | 조회수141 | 추천수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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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루카 5,12-16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주님이심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치병의 치유를 통해서입니다. 열왕기 하권에서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가 아람 임금 군대의 장수인 나아만의 나병을 낫게 함으로써 야훼 하느님께서 만군의 주님이심을 드러냈다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 사랑이 가득 담긴 ‘의지’로 나병환자를 치유하심으로써 당신이 참 하느님이심을 드러내시는 겁니다.
우리 인간과는 구분되는 하느님만의 고유한 특징이 있다면 그건 바로 ‘전능하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하고자 하는 ‘의지’만 품으시면 그것이 무엇이든 ‘현실’로 만드실 수 있는 겁니다. 이 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하느님께서 완전히 자유로우신 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부족하고 약한 인간은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 앞날에 어떤 일이 닥칠지도 알지 못합니다. 세상에 속박되어 있기에, 보다 정확히 말하면 더 많이 갖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며 더 큰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에 마음이 휘둘리기에 그렇습니다.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게 있고, 하고 싶어도 이런 저런 이유로 못하는 게 있기에 그런 여러 제약들에 끌려 다니느라 정말 하고 싶고 꼭 해야 하는 걸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예수님은 나병환자를 치유해 주시고 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이제는 나병이 다 나았으니 자기 몸을 사제에게 보여 그 사실을 공적으로 확인받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전에 예물을 바침으로써,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치유의 은총을 베풀어주셨음을 다른 이들에게 증거하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라고 율법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예수님의 모습이 자칫 모순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아까 분명히 주님께서는 자유로운 분이시라고 했는데, 율법 규정에 연연하는 즉 율법에 종속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그런 지시를 내리신 것은 치유받은 그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그가 나병을 치유받고 병마에서 자유로워지긴 했지만 그 자유는 아직 불완전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그리고 우리가 누려야 할 참된 자유는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구속에서 해방되는 것만이 아니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욕망에 휘둘려 죄를 짓고 그 죄가 연자맷돌처럼 나를 멸망의 수렁으로 끌어당기는 슬픈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의 마지막에 그 힌트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통해 아버지의 뜻을 헤아리고 따름으로써 욕망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셨습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되지요. 그렇게 나를 통해 하느님의 의지가 실현되면, 나는 그분의 전능하심에 힘 입어 참된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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