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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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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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1-11 | 조회수107 | 추천수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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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요한 3,22-30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성탄시기의 마지막 토요일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을 기준으로 하여 그 전 시기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만군의 주님이심이 드러나도록 협력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공현 후 시기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님이심이 성경 곳곳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지요. 그리고 오늘은 주님 공현에 대한 묵상들을 마무리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주님이시자 참 하느님이심을 믿는 우리가 그런 우리의 믿음을 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은 커지고 싶어합니다. 또 높은 자리에 올라가 다른 이들에게 주목받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알게 되면, 그분의 전능하심에 비해 너무나 비천한 나의 존재를 깨닫게 되면 감히 커지거나 높은 자리에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하느님 앞에 서는 것은 헛된 욕망이고, 그분 위에 서는 것은 교만의 죄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종’인 우리는 그분의 뜻에 따라 해야 할 일을 충실히 다 했다고 해서 그분 앞에서 생색낼 수 있는게 아니라, 그저 “저희는 쓸 모 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야 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감히 하느님 앞에서 ‘주인 행세’를 하려고 들면서, 그분께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주님께서 하느님과 우리 사이를 믿음과 사랑으로 이어주는 ‘길’이시라면, 우리는 믿지 않는 이들과 주님 사이를 자비와 용서로 이어주는 ‘길’입니다. 길은 구원으로 가는 과정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지요. 그래서 길은 스스로를 돋보이게 만들거나, 다른 이들이 자기 안에 오래 머무르게 붙들어서는 안됩니다.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하느님을 향한 참된 믿음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하지요.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이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믿음이 약한 이들이 주님을 가리키는 자기 손가락만 쳐다보느라 정작 주님을 제대로 보지 않는 우를 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바짝 엎드려 사람들이 자기를 밟고 지나가게 만든 겁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세례자 요한이라는 길을 지나가면서 주님을 만나고, 하느님 나라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요한은 후세의 모든 그리스도인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하느님으로부터는 큰 사랑을 받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 세례자 요한의 삶과 태도를 본받는 것이 우리가 주님의 공현을, 그분께 대한 우리의 믿음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법입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내 보람과 만족을 추구하기보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뜻과 방향을 생각하며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간다면, 우리도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 행복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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