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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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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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1-16 | 조회수147 | 추천수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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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주간 목요일] 마르 1,40-45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해줄 사람은 생각치도 않는데 바라는 쪽에서 일이 다 된 것처럼 미리부터 기대하는 모습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지요.
이런 상황이 가장 자주 벌어지는 때가 아마 ‘기도’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주님께 자신이 바라는 것을 청하면서 그 바람이 이루어질 때, 장소, 조건까지 미리 다 정해놓고 주님이 존재하신다면, 그분이 나를 정말 사랑하신다면 꼭 그렇게 해주셔야만 한다고 억지를 부리며 엄포를 놓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래야만 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이 주님의 ‘전능하심’입니다. 주님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계시니 내 바람을 들어주시는건 전혀 어렵지 않을테고, 그러니 ‘당연히’ 들어주셔야만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매우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습니다. 주님은 ‘요술 방망이’도 아니고, ‘램프의 요정’도 아니며, ‘자판기’도 아닙니다. 주님은 당신의 뜻과 의지로 세상과 사람들을 주관하시는 ‘주인’이십니다. 그러니 그분께 무엇인가를 청할 때에는 다짜고짜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을게 아니라 먼저 그분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그분께서 마음에 품고 계신 뜻이 무엇인지 물어야겠지요. 또한 주님의 ‘전능하심’이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당신이 뜻하시는대로 이루시는 능력, 당신의 ‘의지’를 곧 ‘현실’로 만드시는 능력입니다. 그러니 그분의 전능하심에 의지하여 기도를 하려면 그분의 ‘뜻’과 ‘의지’가 무엇인지를 먼저 물어야 하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병환자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예수님께 청하기 전에, 먼저 그분께서 ‘하고자 하시는지’, 즉 자신이 청하는 것을 이루어주실 뜻과 의지가 있는지를 물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다행히 그의 ‘바람’은 주님의 ‘뜻’에 맞닿아 있었고, 그는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나병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달라서 그런건지, 그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되자 자기도 모르는 새 ‘영적 교만’에 빠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주님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립니다. 물론 나쁜 의도로 그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그게 예수님께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그러나 주님의 뜻보다 자신의 뜻을 앞세운 결과 그분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나병환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님께 내가 바라는 것을 청하기 전에, 나의 바람이 그분의 ‘의지’에 부합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 딴에는 그게 옳다고,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청하는 것이라도 그것을 주님의 뜻보다 앞세우면 오히려 나를 위해 준비하신 그분의 계획을 방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에서 겸손과 순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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