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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영억 신부님_사랑은 섬세하고 사려깊은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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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1-19 조회수114 추천수3 반대(0) 신고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의 바람을 채워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원하시는 때에 당신께서 원하시는 방법을 통해 풍요롭게 해 주십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우리의 바람을 넉넉히 채워주시는 주님과, 늘 옆에 계시는 성모님을 깊이 만나시길 바랍니다.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 계셨습니다. 히브리 백성들은 혼인 잔치를 아주 장엄하게 치렀는데 일반적으로 일주일간 계속됩니다. 음식이 떨어져서도 안 되지만, 잔치 필수품인 포도주가 떨어지면 큰 망신입니다. 요즘 같으면 시장에서 금방 사서 대체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예측하여 술을 담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곤란을 겪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어머니께서 술이 떨어졌음을 알아채고 아들에게 “포도주가 없구나” 하고 알리셨습니다. 여기서 “포도주가 떨어졌구나” 하지 않고 “포도주가 없구나!” 한 것은, 성모님의 시선은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난감한 처지에 빠진 신혼부부에게 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려 깊고 섬세한 어머니이십니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사랑이 있으면 해결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누군가를 원망하고 핑계를 찾게 되는 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문제만 더 커지고 시끄러워집니다. 오늘의 우리 나라 현실을 보십시오. 안타까움으로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성모님처럼 접근해야 합니다. 사실 성모님께서는 오늘 우리의 처지도 알고 계시며 우리를 위해 예수님께 사정을 말씀드리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처지를 어머님께 있는 그대로 알려주십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2,5)하시며 아들 예수님께 전적인 신뢰를 보이며 주님의 뜻에 순종하도록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기적을 베풀어 달라고 청하지 않고 다만 처지를 말씀드리고 그다음은 예수님께서 알아서 할 일입니다. 주도권은 언제나 예수님께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마침내 예수님께서는 “물독에 물을 채워라” 하시고, 다시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시며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때가 되지 않으셨다고 하면서도 어머니의 말씀을 흘려보내지 않으시고 잔칫집의 곤란함을 해결하여 주셨습니다. 어려운 상황의 처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예수님께 말씀드리는 어머니의 배려, 당신의 뜻을 고집하지 않고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시며 기다리시는 어머니의 사려 깊은 모습에서 우리가 기도해야 할 바가 무엇이며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간절한 기도는 기적을 낳습니다. 사랑이 가득 차 있을수록 그만큼 더 가치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께서 관심과 사랑이 없었더라면 포도주가 떨어진 것에 마음을 둘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랑이 있기에 아들에게 청할 수 있었고 기적은 이루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면 주님께서는 그 기도와 청원을 절대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따라서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계십니다. 그러나 그것을 함부로 쓰지 않으시고, 어떤 일을 하시든지 당신 혼자서 하지 않으시며 인간의 협력을 바라시고 우리를 도구 삼아 이루십니다.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 주시는 기적을 이루실 때 물독에 물을 채우고,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입니다. 그것을 거부하면 우리를 위한 은총의 역사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은총의 협력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손과 발입니다.”

 

데레사 성녀의 기도를 상기합니다.

“그리스도는 손이 없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그분이 하실 일을 한다.

그리스도는 발이 없다.

하지만 우리 발로 사람들을 그분이 계신 곳으로 인도한다.

그리스도는 목소리가 없다.

하지만 우리 목소리로

그분이 죽으신 까닭을 말한다.”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의 풍요로움은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 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두셨군요”(요한2,10) 하고 말한 과방장의 말을 통해서 잘 드러납니다. 양에 있어서 풍부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최고입니다. 차고 넘치도록 베푸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의 뜻에 협력하는 만큼 풍요로워집니다.

 

포도주의 기적은 단순한 기적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위한 표징의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기적을 보고, 그분께 온전한 믿음을 갖게 하기 위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표징을 통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 사실, 요한복음에서는 기적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표징을 말합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을 통해 무엇을 전해 주고자 하는가를 알려주는 것이 표징입니다.

 

다시 말하면 기적에만 관심갖지 말고 그 기적이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를 놓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쳐다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면 낭패입니다.’ 카나 혼인 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한 사건에서 잊지 말 것은, 6개의 물 항아리를 가득 채우시는 완성된 구원으로 오시는 예수님의 신적 정체성입니다. 그리고 물이 포도주로 변해 잔치의 풍성함을 유지 시킨 것은 성체성사의 표징이기도 합니다. 그 풍요로움은 또한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우리의 삶을 꾸준히 엮어 나갈 때(갈라2,5) 우리의 삶은 또 하나의 표징이 되어 세상을 풍성한 잔치 장소로 변화시키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영적 갈증도 살펴야 하겠습니다. 일꾼들이 예수님의 지시에 따라 항아리에 물을 붓자 비로소 기적을 이루신 것처럼 우리도 삶의 무기력과 우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영혼의 항아리에 물을 부어야 합니다.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려 애쓸 때 틀림없이 새로운 변화를 주실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잔칫집에서 예수님의 어머니를 초대하였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요? 어머니께서 그 자리에 계셨기에 그 곤란함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삶 안에도 예수님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합니다. 기도하되 성모님의 모범으로 “성모님을 통하여 은총을 구하십시오. 성모님을 통하여 반드시 얻을 것입니다”(성 베르나르도). 성모님의 마음으로 사랑하고 거기에 견주어 마음을 성찰하고 그분을 담지 않은 것이면 무엇이나 마음에서 몰아내야 합니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성모님은 예수님처럼 하느님과 인간의 중재자가 아니라 예수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라는 것입니다. 성모님을 내 삶의 자리에 늘 모시고, 예수님께 필요한 은총을 간구해 주시길 청해야 하겠습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신학 과목 시험문제가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 그리스도의 기적이 내포하는 영적 의미를 서술하라” 였습니다.

한 학생의 답입니다. “물이 주인을 만나자 얼굴이 붉어졌다.”

이 학생은 영국 최고의 시인이 된 바이런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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