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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1-29 조회수147 추천수4 반대(0) 신고

[설] 루카 12,35-40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오늘은 음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첫날인 ‘설날’입니다. 설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새로운 날이 ‘낯설다’는 의미에서 낯설다의 어근인 ‘설다’가 변해 설이 된 것으로 보는 견해와,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는 날을 의미하는 ‘선날’이 설날로 변했다는 견해가 대표적이지요. 저는 둘 다 신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의 삶을 멋지게 그려보라고 흰 도화지와도 같은 ‘새 날’을 주신 건 참으로 감사하고 기쁜데, 그 새 날들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그 중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를 부족한 인간은 알 수가 없으니 그런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낯 섬’이 두렵고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래서 그런 점을 최대한 줄여보고자 설날에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는 전통이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건강운, 성공운, 재물운 같은 세속의 복을 손에 쥐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든든하고 덜 불안해진다고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새로운 날을 의미있게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런 세속의 복이 아닙니다. 새 날을 주신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그분께서 베풀어주시는 축복을 직접 받는 게 훨씬 더 중요하고 또 효율적이기도 하지요. 그래서인지 이스라엘 백성들은 새해를 시작할 때 ‘욤 키푸르’라는 속죄 예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합니다. 내 마음 안에 담긴 죄와 욕망, 부정적인 생각들을 깨끗이 비워냄으로써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축복을 담을 준비를 하는 겁니다. 그런 준비를 미리미리,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새해를 의미 있고 보람차게 보낼 수 없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인생은 하루 하루 목숨을 부지하기에도 벅찬 ‘생존’이 될 뿐이지요. 그렇게 하루 하루를 생존하는 것에 그치면 말년이 비참해집니다. 비전도 목표도 노력도 없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리고 뒤늦게야 후회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지요. 하느님은 우리가 살아온 날들로 우리를 심판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받고 누리는 것들에 감사하지 못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교만이 우리를 우물쭈물 살게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우리에게, 주인이신 하느님을 깨어 기다리는 ‘종’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내가 ‘주인’이라고 착각하면 욕심부리고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감사할 줄 모르고 모든 일에 대가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주인이신 하느님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비천한 종과 같은 존재임을 인정하면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고, 나를 부르시고 소명을 맡겨 주신 주님의 뜻을 헤아리게 되며 하루 하루를 충실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조금씩 변화되어 완성에 이르는 삶, 후회할 일들보다 기뻐할 이유를 만드는 삶, 참으로 의미 있고 보람된 삶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바로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고 주님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허리에 띠를 맨다는 건 주님의 뜻을 따르는 과정에 동반되는 불편함과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한다는 뜻입니다. 등불을 계속 켜둔다는 건 주님께서 붙여 주신 신앙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사랑과 자비를 열심히 실천함으로써 기쁨이라는 기름을 꾸준히 보충해준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준비된 모습으로 사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주님을 만나든 참으로 행복합니다. 2025년 한 해가 우리에게 그런 행복한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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