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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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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2-01 조회수90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3주간 토요일] 마르 4,35-41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배를 타고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가던 중 갑작스레 불어닥친 돌풍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원래 갈릴래아 호수는 저녁 때가 되면 기온이 떨어져서 육지에서 호수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데, 이 때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만나 강한 돌풍이 형성될 때가 있지요. 이 돌풍에 한 번 휩싸이면 배가 부서지거나 뒤집혀서 호수 밑으로 가라앉을 위험이 있었기에 어부들은 왠만하면 저녁 때에는 호수 깊은 곳까지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무서운 돌풍을 만났으니 제자들이 느꼈을 당혹감과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갑니다. 배가 당장이라도 뒤집힐 듯이 휘청거리고 배 안으로 많은 양의 물이 들이치는 상황에, 직감적으로 ‘이러다 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황급히 주님을 깨워 살려달라고 매달렸을 겁니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 있으면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믿음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죽음이 두려우면 마음 속에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 ‘생존 욕구’이지요. 하느님께서 나에게 생명을 주시면서 맡기신 소명, 즉 삶을 사는 동안 실현하고 이뤄내야 할 의미와 목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생물학적으로 ‘살아남는’ 것에만 집착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믿음도 신념도 다 내팽개치고 욕망에 휘둘리며 살게 됩니다. 하느님 뜻을 거스르는 죄를 지어 그분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정신 바짝 차리라고 그들 앞에서 큰 소리로 호통을 치십니다.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를 나무라셨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사실 바람이나 호수는 잘못한 것이 없지요.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예수님이 실제로 꾸짖으신 것은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도 제 안위를 먼저 걱정했던 제자들의 이기심과 세속주의였습니다. 그분께서 나무라신 것은 고통과 시련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청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것을 해결해달라고 주님을 닥달하기만 했던 제자들의 나약함과 수동적 태도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들의 마음 속에 아직 주님께 대한 참된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오랜 시간 동안 동고동락하며 그 많은 가르침을 듣고 그 많은 기적들을 보았음에도 그들의 믿음은 한 뼘도 자라지 않았던 것이지요.

 

마음 속에 참된 믿음을 지닌 사람은 “주님과 함께라면” 아무 것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간직한 채로 조용하고 차분하게 주님께 기도하면서, 모든 상황이 그분 뜻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굳게 믿지요. 외적인 상황이나 조건이 당장 변하지 않아도, 내 마음가짐이 변하면 그 때부터 내 삶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시련과 고통의 거센 풍랑을 만나면 시편 작가처럼 주님께 믿음의 기도를 드려야겠습니다.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시편 23,4) 모든 걱정과 근심, 두려움을 주님께 내어 맡기십시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도 주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를 돌보고 계십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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