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4주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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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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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2-08 | 조회수99 | 추천수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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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간 토요일] 마르 6,30-34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엊그제 목요일 복음에서 예수님으로부터 복음 선포의 소명을 받고 파견되었던 제자들이 무사히 자기 할 일을 마치고 잇달아 예수님께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부족한 자신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예상치 못한 큰 성과에 한껏 고무되어 있었지요. 그들은 예수님 곁에 둘러앉아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었을 겁니다. 복음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어렵고 괴로웠던 순간들, 하느님께서 자기들을 통해 이루신 성과와 자기들이 느낀 보람들,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나고보니 웃으며 추억할 수 있게 된 고생담까지… 그런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으시는 예수님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번졌을 것이고, 그분의 마음 속에선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하시고 섭리하신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감사가 우러나왔겠지요.
하지만 모든 일에서, 특히 ‘하느님의 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무리’입니다. 외딴 곳을 찾아가 하느님과 나 사이의 일대일 관계 안에 머무르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그 시간을 통해 어떤 점들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겠고 어떤 점들을 아쉬워하셨겠는지, 다음 번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그런 점들을 보완하고 개선할 수 있겠는지 그 길을 찾아야 하지요. 그래야 같은 잘못을 반복하며 후회할 일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하루 종일 당신을 찾아오는 군중들을 잠시 물리시고, 제자들과 함께 외딴 곳을 찾으시기 위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십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입니다. 오늘은 더 이상 예수님을 못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쉬움을 삼키며 돌아설 줄 알았는데, 예수님 일행이 배를 타고 가는 방향을 향해 무작정 달리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는 예수님께서 배에서 채 내리시기도 전에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여 그분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분 말씀을 조금이라도 더 듣기 위해, 그분 곁에 조금이라도 더 머무르기 위해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해진 예수님은 그들을 안쓰럽게 바라보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대해, 구원의 진리와 하느님 나라에 대해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기 시작하십니다.
고생하는 자식들을 위해 이것저것 필요한 걸 챙겨주고 싶은 게 어머니 마음이라면, 그 자식들이 나중에라도 고생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살도록 길을 마련해주고 싶은 건 예수님 마음입니다. 오늘 복음이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에는 분명한 의도와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곧 빵과 물고기라는 세상의 음식으로 그들을 배불리 먹이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빵 하나 물고기 하나에 만족하는 사람이 되는 건 바라지 않으십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주님이 주시는 걸 받으려고만 하는 수동적인 사람이 되는 것도 바라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물고기 대신 고기잡을 방법을 알려주는 것처럼, 당신이 곁에 없어도 그들이 방황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하느님 뜻에 맞는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그래서 구원과 영원한 생명이라는 참된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알려주시는 것이지요. 세례만 받으면 구원받는데 필요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세례성사는 겨우 시작일 뿐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진심을 담아 행하며,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성찰하고 그 성찰을 통해 더 심오한 배움으로 나아가는 여정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겁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 속 군중들처럼 간절히 주님을 찾고 끝까지 그분을 따라가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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