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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7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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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글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2-25 조회수87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7주간 화요일] 마르 9,30-37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서 논쟁하였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시는 ‘두번째’ 수난 예고입니다. 이 두번째 수난예고의 내용은 첫번째와 전반적으로 비슷하지만, ‘사람의 아들’인 예수님께서 유다 사회의 지도자들로부터만 배척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라는 점에서, 즉 예수님을 배척하고 핍박하는 주체가 유다 사회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특권 계층에서 유다인 전체 곧 다수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나 위험성이 한층 고조된다고 할 수 있지요. 이처럼 상황이 엄중한데도 제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입니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핍박받고 죽임 당할 거라는 말씀을 귀기울여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그 말씀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며 그분의 제자들인 자신들은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수난예고를 ‘묵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자기들은 예수님께서 이 땅 위에 당신 나라를 세우실 주님이자 참된 임금이라고 생각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랐는데, 이제와서 당신이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고 죽임까지 당한다고 하시니 도저히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러려고 예수님을 따른 게 아니기에,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리면 자기들이 예수님께 걸었던 기대와 희망이 산산조각 나버리는 것이기에 그 말을 듣기 싫어 귀를 막아버린 겁니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추구하신 ‘하느님 나라’와 제자들이 마음 속으로 바란 ‘하느님 나라’ 사이에는 도저히 건너갈 수 없는 크고 깊은 강이 자리잡고 있었나봅니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제자들은 예수님이 수난당하고 돌아가셔도 딱히 상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자기들이 예수님을 등에 업고 이 세상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그런 제자들의 마음을 꿰뚫어보신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물으십니다.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 제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몰라서 물으신 게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따먹은 아담에게 “너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신 것처럼, 질투심에 눈이 멀어 동생을 죽인 카인에게 “네 동생 아벨은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신 것처럼, 스스로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돌아보게 하시려는, 그렇게 함으로써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하여 올바른 길로 돌아서게 하시려는 부르심인 것이지요.

 

사실 ‘큰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큰 사람이라는 것이 단순히 이 세상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 큰 권세를 누리는 사람을 가리키지 않고 마음의 ‘품’이 크고 넓은 사람을 가리킨다면, 즉 하느님과 그분 뜻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큰 아량과 그분 뜻을 실천할 수 있는 굳은 의지를 가리킨다면 그건 오히려 그리스도 신앙인들에게 장려해야 할 바람직한 덕목일테니까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웃에게 양보하여 기꺼이 꼴찌가 되려는 마음, 사랑으로 다른 이를 섬기려는 마음, 이해와 포용으로 어린이 같이 부족하고 약한 이를 품어 안으려는 마음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그렇게 하셨지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셨기에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2,6-7) 사랑하는 이를 위해 기꺼이 고생을 감수하고 희생하는 따뜻한 마음, 그것이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범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여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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