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8주간 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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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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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3-04 | 조회수74 | 추천수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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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8주간 화요일] 마르 10,28-31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 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어제 복음은 많은 재물을 소유한 젊은이가 그 재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못해 그토록 원하던 영원한 생명을 포기하고 슬퍼하며 돌아갔던 이야기였습니다. 그에 비해 오늘 복음 속 제자들은 그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그분께서 주시는 더 좋은 것들을 받아 누리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른 것입니다. 문제는 제자들이 기대하는 ‘더 좋은 것’이 세상의 기준을 완전히 넘어서지 못했다는데에 있었지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으니 이 땅 위에 그분 나라가 실현되면 그 공을 인정받아 더 많은 재물, 더 강력한 권력, 더 큰 영광을 누리게 될 거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부자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하시니 자기들의 희생과 노력이 허사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던 겁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제자들의 입장을 대표하여 예수님께 말씀드립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을 따랐습니다.” 그 말에는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자기들의 노력과 희생을 알아달라는 뜻이, 또한 그에 대한 보상으로 ‘한 자리’ 달라는 기대와 바람이 담겨 있지요.
그런 제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헤아리신 예수님은 그들에게 당신을 따르기 위해 버린 것의 ‘백 배’를 보상해 주리라고 약속하십니다. 그리고 그 보상의 정도는 당신 뜻을 따르기 위해 버리고 희생한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십니다. 주님을 따르기 위해 많은 것을 버림으로써 세상에서 ‘꼴찌’가 된 사람은 그만큼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았기에 하늘나라에서는 누구보다 큰 은총과 복을 누리는 ‘첫째’가 될 것이고, 주님을 따르기를 주저하며 최대한 버리지 않고 버틴 사람은 세상에서는 그렇게 움켜쥔 많은 재물을 가지고 ‘첫째’가 되어 떵떵거리며 잘 살지 모르나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며, 영원한 생명을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기에, 하느님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기에, 하늘나라에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복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늘 결핍 속에 살아가는 불행한 처지, 즉 꼴찌가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보상은 정확히 말하면 ‘버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따름’에 대한 보상입니다. 즉 얼마나 버렸는지 그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주님을 따르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린 만큼 그분 뜻을 얼마나 충실하게 따르는가 하는 그 노력의 정도가 중요한 것이지요. ‘버림’ 자체가 신앙생활의 목적이 아니라, 주님을 더 잘 따르기 위한 방법이자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다. 신앙생활의 목적은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하느님 나라를 향해 머나먼 여정을 떠나야 하는데, 이것저것 지닌 게 많아 무겁고 비대해진 상태로는 그 힘든 여정을 끝까지 갈 수 없으니 버리라고 하시는 겁니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한 길을 떠날 때에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시는 말씀과 그 뜻이 일맥상통하지요.
저 또한 본당 신부로 살면서 그런 점들을 아주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얼마 안되는 재물을 버렸더니,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충분하게 채워주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를 만났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가족을 버렸더니, 제가 본당을 떠난다는 소식에 아쉽고 슬퍼서 울고 다시 남게 되었다는 소식에 기쁘고 좋아서 우시는, 선물처럼 소중하고 귀한 형제 자매들을 만났습니다. 하느님 뜻에 순명하기 위해 제 뜻과 고집을 버렸더니 제 모자란 능력과 조건을 훨씬 뛰어넘는 충만한 결실과 보람을 맺어주시는 하느님의 기적을 만났습니다. 이보다 더 기쁘고 행복한 삶이 있을까요? 그러니 여러분도 눈 딱 감고 저처럼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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