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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3-06 조회수124 추천수5 반대(0)

언론과 방송을 배울 때입니다. 현명한 독자는 주어지는 정보의 행간과 문맥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행간은 단순한 글의 의미뿐만 아니라, 글 속에 직접 드러나지 않은 숨은 의미나 의도를 뜻합니다. 문맥은 어떤 단어나 문장이 쓰인 전체적인 분위기나 맥락을 가리킵니다. 문맥을 고려하면 글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숲을 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향하는 달을 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는 단식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단식은 무엇인지 묵상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식은 음식을 끊거나 절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단식은 단순히 배를 비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채우는 행위입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단식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기뻐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 아니겠느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단식은 단순히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선을 행하고, 정의를 실천하며,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면 우리는 단식의 행간을 읽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법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을 배척하고 외면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불법 체류자들을 단속하고 추방하는 정책이 강화되었습니다. 법적으로만 보면 그들이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었으니 단속하는 것이 당연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문맥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들은 왜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땅을 찾았을까요? 기근과 전쟁, 가난과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이 땅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셨듯이, 우리는 이들의 행간을 읽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이 율법을 앞세우며 형식적인 신앙을 강조할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희생 제사가 아니라 자비를 원한다." 단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오랜 시간 음식을 끊고 기도한다고 해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한다면 그 단식은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단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단식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첫째,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단식이란 내 배를 비우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배를 채우는 것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난민과 이민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단식입니다. 둘째,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불의한 법과 제도,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해 신앙인으로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들이 불법을 저질렀으니 당연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는 단순한 논리에서 벗어나, 그들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셋째, 마음을 새롭게 하는 단식을 해야 합니다. 단식은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단식을 통해 우리의 이기적인 마음을 비우고, 하느님의 뜻으로 채워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도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형식의 단식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정의를 실천하는 단식을 할 것인가? 우리는 법과 제도의 문맥만을 읽을 것인가, 아니면 억눌린 이들의 행간을 읽으며 사랑과 자비를 실천할 것인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단식은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단식입니다.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단식입니다. 이제 우리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단식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내일 할 단식이 단순한 음식 절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참된 단식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나으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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