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 제1주간 토요일]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 070. 네 고통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은총을 얻어다 주었다. [하느님 자비심, 파우스티 ... |1| | |||
작성자박영희
![]() ![]() |
작성일2025-03-15 | 조회수57 | 추천수3 |
반대(0)
![]() |
[사순 제1주간 토요일] 마태 5,43-48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들에게는 ‘원수’가 많았습니다. 주변의 강대국들에게 침략을 받는 일이 잦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이 하느님께 선택받은 특별한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기에, 자기들을 공격하는 것은 곧 하느님을 공격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하느님 뜻을 거스르는 그런 ‘악한’ 이들은 미워하고 복수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웃’과 ‘원수’의 차별을 없애고자 하십니다. 내가 좋아하는 혹은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만 사랑하는 반쪽짜리 사랑은 하느님의 뜻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우리 마음이 미움과 분노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현재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강조하시는 것이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명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차라리 원수에게 복수하지 말고 참으라고 한다면, 굳이 악에 악으로 맞서지 말고 그냥 원수를 무시하거나 피해 다니라고 한다면 그 정도는 해보려고 노력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원수를 사랑하라니요? 우리가 성인군자도 아닌데 그런 일을 대체 어떻게 하라고 하시는 것일까요? 또한 나를 힘들게 만드는 원수를 사랑하느라 지치고 힘이 빠져서, 정작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게 되는 아쉬움과 속상함은 어떻게 감당하라고 하시는 걸까요? 하지만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시는 것은 사랑의 무게중심을 그들 쪽으로 기울어지게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사실 ‘팔이 안으로 굽는’ 우리 마음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지요. 다만 ‘원수’와 ‘이웃’을 철저히 구분하고 분리하여 차별대우했던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라는 겁니다. 즉 내 마음이 내가 ‘이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즉 나에게 잘 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그렇게 내 사랑이 불완전한 반쪽짜리가 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신경쓰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시는 것은 이웃과 원수를 차별하지 말고 공평하게 사랑하도록 노력하라는 뜻입니다. 원수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서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혹은 내 마음 수양을 위해 즉 내 마음에서 미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부족하다면 부족한 채로, 불편하고 싫다면 그런 채로 사랑하는 겁니다. 더 나아가 그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 애정을 가지고, 그가 불편하고 싫기 때문에 더 신경써서 사랑하는 겁니다. 그가 다른 이보다 더 많은 사랑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심판 받아야 할 ‘죄인’이 아니라 치유받아야 할 병자로 보시는 것처럼, 그가 원수이기 때문에, 죄인이기 때문에 처벌이나 단죄를 하지 않고 오히려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하늘의 우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완전한 사람이 되기 위함입니다. 하느님의 선함을 닮은 그분 자녀가 되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에 합당한 사람으로 변화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완전함’은 그 어떤 흠결도 단점도 없는 ‘완벽함’과는 다릅니다. 어느 쪽으로도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사람이 되어, 땅을 가리지 않고 상황을 탓하지 않고 하느님 나라를 향해 잘 굴러갈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 빠진 동그라미’들이 서로 상대방의 빠진 이를 사랑과 이해로 채워줌으로써 온전한 동그라미가 되라는 뜻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