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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신부님_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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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3-18 조회수54 추천수5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 만나기만 하면 강력한 경고 말씀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으니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었습니다. 강도 높은 날 선 발언의 이유들은? 거룩함을 가장한 위선 때문이었습니다. 말과 실제 삶 사이의 큰 간극 때문이었습니다. 하느님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의식하는 이중성 때문이었습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한 예수님의 강력한 경고 말씀 앞에 저 역시 섬뜩한 느낌이 들면서도, 요즘 저는 산전수전 다 겪은 덕에, 그리고 조금 나이가 든 덕에, 이런 측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 시골에 살다 보니 어깨 힘줄 일도 없고 폼 잡을 일도 없습니다. 주로 하는 일이 허드렛일에다 수렵 활동이다 보니, 늘 입고 다니는 옷은 시장표 작업복이요 추리닝입니다. 요즘 와서 결심한 것이 제일 힘든 일, 제일 궂은 일, 제일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은 내 일이다, 생각하고 기쁘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몇 년째 배수로에 켜켜이 쌓이고 또 쌓인 낙엽더미를 제거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시키지 않고 제 스스로 뭐든 하니 세상 편하고 자유롭습니다. 낮은 자리에 있어 보니, 참 좋은 것이 많습니다. 넘어져도 크게 충격받거나 다치지 않습니다. 높은 데 있다가 급추락하는 사람들은 기본이 전치 8주인데, 낮은 데 있다 보니, 넘어져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훌훌 털고 즉시 일어납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 앉으니 정말 편하고 부담이 없습니다.

 

그러나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오늘 예수님께서 지적하시는 바처럼 내가 이렇게 산다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위선적인 마음, 겸손을 가장한 교만이 스며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가난한 사람들, 절박한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 어린이들, 작은 이들, 낮은 이들은 대체로 교만하거나 위선적이지 않더군요. 그들의 삶은 그저 단순하고 솔직합니다. 기대치가 크지 않으니, 삶이 소박하고 겸손합니다.

 

반면에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이미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 지도자들, 고위층 인사들의 언행을 보니 엄청나게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경향이 컸습니다.

 

어떻게든 높이 올라가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가능하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봐야 하겠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내려갈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에 주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지 모르니 말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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