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간 목요일] 요한 5,31-47 "나는 사람의 증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은 너희가 구원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께서 세상을 구원할 ‘그리스도’이심을 드러내는 증언들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증언들을 당신 스스로 하셔서는 유효하지 않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법칙이 그렇지요. 자신이 자기 스스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건 어디까지나 그의 ‘주장’일 뿐이지 그 자체로 사실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실임이 입증되려면 믿을 만한 다른 사람들의 증언이, 그것도 기왕이면 여러 사람의 증언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에 대해 증언해 줄 여러 ‘증인’들을 내세우시는 겁니다.

첫번째 증인은 세례자요한입니다. 그는 사람들을 회개시켜 세상 종말의 날에 구원받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엘리야’의 소명을 띠고 파견된 마지막 예언자입니다. 그 소명에 따라 사람들 앞에서 구원의 진리를 담대하고 분명하게 가르치며, 당장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라고 선포했지요.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이들에게 요한의 가르침은 참된 진리로 인도하는 등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의 가르침을 새겨 들으며 자신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마음에 품었지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에게 회개의 세례를 받고 그의 가르침을 따랐던 겁니다. 바로 그 요한이 예수님 당신에 대해 세상을 구원하실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증언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두번째 증인은 예수님의 삶과 활동입니다. 입이 가볍고 번지르르한 말을 앞세우는 사람은 함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말하는 바를 묵묵히 실행에 옮기는 사람, 다른 이에게 이래라저래라 간섭하고 시키기보다 본인이 먼저 의롭고 바른 일을 솔선수범해서 실천하는 사람은 믿고 따를 만 하지요. 바로 예수님이 그런 분이셨습니다. 당신 입으로 내뱉은 말은 반드시 실행에 옮기셨고, 사람들에게 말로 잔소리를 하시기보다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모습이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증거가 된다는 것이지요.

세번째 증인은 성경입니다. 성경은 취소될 수 없으며 반드시 거기에 담긴 뜻대로 실현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한 책입니다. 그런 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 직접 당신 말씀을 통해서, 당신의 충실한 종 모세를 통해서, 그리고 수많은 예언자들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신원과 사명에 대해 예언하고 있으니 그 성경을 온 마음으로 제대로 읽으면 예수님께서 성경에서 예언하는 바로 그 그리스도이심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을 마음으로 읽지 않고 눈으로만 보기에, 그 안에서 예수님이 그리스도가 아니시라는 증거를 찾는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기에 명확한 증거를 눈 앞에 두고도 보지 못한다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증언들과 증거를 내세우시는 이유는 반대자들을 비난하거나 몰아세우시려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만 신경쓰는 그들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영광을 누릴 생각은 하지 않고 세속의 명예와 영광만을 쫓는 그들이 잘못된 길에서 돌아서서 당신을 통해 하느님께 대한 진정한 믿음으로 나아가도록 인도하시려는 것이지요. 그래야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생각과 뜻만 옳다 여기는 고집과 교만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엉뚱한 것에 이끌리지 않고 하느님만 바라보며 그분을 따를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