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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4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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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4-04 조회수77 추천수6 반대(0)

오늘은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확증편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반대되는 사실이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이에 따라 개인, 교회, 국가가 큰 혼란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제가 오래전에 경험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입니다. 가족들은 임시로 매장한 후, 나중에 고향 선산으로 이장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묘가 무덤 입구 왼쪽에 있다고 기억하고 있었지만, 큰아들만은 확신을 가지고 "아버지의 묘는 오른쪽에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내가 아버지를 제일 잘 아니까, 틀림없다!"라고 하면서 다른 가족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습니다. 결국, 큰아들은 확신을 가지고 묘를 이장했는데 나중에 연락이 왔습니다. "이곳에 모셔진 분은 할아버지가 아닙니다!" 결국, 유족들에게 사과드리고 다시 묘를 옮겨야 했습니다. 큰아들이 처음부터 다른 가족들의 의견을 들었더라면 이런 큰 실수는 하지 않았겠지요.

 

이런 확증편향은 우리 개인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국가 안에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교회 역사에서도 확증편향의 큰 실수가 있었습니다. 십자군 전쟁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도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하지만 당시 교회는 "성지를 되찾아야 한다!"라는 생각만으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원하셨는데, 교회는 전쟁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오히려 증오와 폭력이 세상을 뒤덮었습니다. 또한, 마녀사냥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왜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있는 티를 빼려 하느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저 사람은 마녀야! 악마와 손잡은 사람이야!"라는 확신 속에서 무고한 이들을 처형했습니다. 이들이 정말 마녀였습니까?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교회는 2000년 희년을 맞이하며, 이런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용서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오늘날 나는 과연 올바른 신앙을 실천하고 있는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에서도 확증편향으로 인해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독일은 아리안족이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는 잘못된 신념을 가졌습니다. 그 확신 속에서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홀로코스트가 일어났습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대받고,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졌습니다. 러시아에서는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자는 적이다"라는 논리로 반대파들을 감옥에 가두고, 시베리아로 보내고, 심지어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50년대 메카시 광풍이 불었습니다. "저 사람은 공산주의자야!"라고 낙인찍으면, 아무런 증거 없이 감옥에 가두고 직장에서 쫓아냈습니다. 심지어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 천주교 신자들은 복음을 받아들였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았습니다. 조선의 통치 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자들은 재산을 빼앗기고, 심한 고문을 당하고, 순교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천주교 순교자들의 피로 이 땅의 신앙이 더욱 깊어졌고, 그 순교지들은 성지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신앙을 살아가면서도 확증편향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나는 틀리지 않아!"라는 생각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을 때, "이건 무조건 잘못된 것이야!"라고 성급하게 판단할 때, "이 사람은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단정 지을 때, 우리는 우리의 신념이 항상 옳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진리를 찾는 사람은 자기의 생각을 의심하고, 하느님의 뜻을 구하며, 때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의 시기입니다. 회개는 단순히 죄를 뉘우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은 없는가?’, ‘하느님의 뜻을 바르게 깨닫고 있는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바로 참된 회개입니다. 내가 확증편향에 빠져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않았던 적은 없는지, 혹시 나도 예수님을 따르는 길에서 벗어나 내 생각만 고집했던 적은 없는지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모두 열린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올바르게 따르며, 겸손하게 신앙을 살아가는 사순 시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메시아가 갈릴래아에서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성경에 메시아는 다윗의 후손 가운데에서, 그리고 다윗이 살았던 베들레헴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라는 말이오? 성경을 연구해 보시오.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가 나지 않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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