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님 만찬 성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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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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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4-17 | 조회수100 | 추천수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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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만찬 성목요일] 요한 13,1-15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오늘 복음은 짧지만 너무나 강렬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여기서 “끝까지”라는 말은 여러 가지 뜻을 지닙니다. 예수님께서 인류 구원이라는 당신 소명을 마무리하시고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까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시간’적 의미가 있습니다. 사랑과 자비가 넘치시는 주님은 당신께서 ‘친구’이자 ‘형제’로 생각하는 우리를 위해 자기 목숨까지 기꺼이 내어주실 수 있을 만큼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정도’의 의미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자들이 당신을 배반하고 도망쳐버렸어도 그들을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랑하셨다는 ‘지속’의 의미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배신은 사랑의 관계를 파괴하는 가장 큰 적입니다. 우리는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를 배신하면 내 사랑이 ‘실패’했다고 여겨 포기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제자들이 배반하고 도망쳤어도 당신 사랑이 실패했다고 여기지 않고 끝까지 붙들고 계셨던 겁니다. 참으로 지극한 사랑이지요.
예수님은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하셨습니다. 사랑은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아서 실패하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포기해서 실패하는 거라고, 내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인정받지 못해도 내가 그를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한결 같은 사랑으로 그를 대한다면 그건 절대 실패가 아니라고, 그러니 남들이 인정해주는 사랑만 하려고 하지 말고, 나를 받아주는 사람만 사랑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먼저,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고 하시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것 또한 그분께서 사랑을 표현하시는 한 방식입니다. 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더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그 발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큰 사랑이 필요하지요. 사랑은 이렇듯 다른 사람의 더러운 부분을 이해와 용서로 깨끗이 씻어주고, 아픈 부분을 공감과 자비로 보듬어주는 구체적인 행위입니다. 말이나 혀로 하는게 아니라 손과 발로 해야 하는 것인데, ‘스승님이시며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솔선수범하여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은 채 사랑으로 제자들을 섬기고 봉사하는 아름다운 모범을 보여주신 겁니다.
우리가 오늘 주님 만찬 미사의 복음으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요한 복음 13장을 봉독하는 것은 그런 사랑을 기념하고 실행하기 위함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탈출기에서는 파스카 예식의 기원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주님의 수난과 죽음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알려줍니다. 즉 흠 없는 어린 양이 대신 피를 흘림으로써 자기를 키워준 주인 가족의 목숨을 구한 것처럼, 주님께서 우리 대신 피를 흘리심으로써 당신께서 너무나 사랑하시는 우리를 멸망에서 구원하신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제2독서인 코린토 1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들을 상기시키면서,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모심으로써 생명을 누리게 된 우리에게 그분의 뜻과 계명을 실천해야 할 중요한 소명이 주어졌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복음은 주님께서 본을 보여주신대로 우리도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그분 말씀으로 마무리되지요. 결국 우리가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모시는 것은 아낌없이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기꺼이 봉사하며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는 주님의 뜻을 따르기 위함인 것입니다. 밀떡은 소화되면 끝이지만 사랑은 영원히 남습니다. 주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머무르시며 힘을 주시기를 바란다면 ‘먹튀’할 생각말고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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