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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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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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05:17 | 조회수18 | 추천수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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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말했습니다. “인생은 사랑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오늘 그 사랑을, ‘말씀을 나누고, 빵을 떼고, 함께 걷는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도 엠마오 제자들처럼 눈이 열릴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절망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던 그들에게, 한 사람이 다가와 조용히 함께 걸어주십니다. 말씀을 나누고, 빵을 떼는 그 순간 그들이 눈을 뜨고 알아본 분은 부활하신 예수님이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묵상하면서 저는 우리 달라스 성당의 새 신자 분과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본당에도 매달 새로운 교우들이 찾아옵니다. 한국에서, 혹은 다른 주에서 처음 오셔서, 낯선 곳에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립니다. 어떤 가족은 아버지가 주재원이 되어서 왔고, 어떤 분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 왔고, 어떤 가족은 새로운 사업을 찾아서 왔습니다. 그분들도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처럼, 조금은 외롭고, 조금은 낯설고, “이곳에서 다시 믿음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오셨을 겁니다. 그럴 때, 누가 그분들의 옆에 조용히 다가가 동행해 주고 계십니까? 바로 새 신자 분과입니다. 한 달 동안, 미사 후 식사 자리에서 새 신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음식은 단순한 밥상이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아주 따뜻합니다. 그 자리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웃고, 신앙의 첫걸음을 함께 내딛습니다. 본당 홍보 책자도 나눠드리고, 한 달에 한 번은 공동체 미사 중에 새 신자분들을 소개합니다. 그때 모든 신자가 따뜻한 박수로 환영해 주십니다. 그 순간,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걷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게 바로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예수님을 체험했던 방식 아닐까요? 말씀을 듣고, 같이 걷고, 빵을 나누는 바로 그 자리에서 제자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지금, 우리도 그렇게 예수님을 만납니다. 신앙은 이론이 아니라 삶입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옆에 조용히 앉아주는 것이고,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나누는 것이고,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주고, 환영해 주는 것입니다. 사도행전은 ‘천사’가 되어준 사도들의 이야기입니다. 교회의 공동체는 가진 것을 모두 기쁘게 나누었습니다. 부유한 사람, 가난한 사람, 건강한 사람, 아픈 사람의 차별이 없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미 부활의 삶을 살았습니다. 베드로 사도의 한 번의 설교로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고, 신자가 3천 명 이상 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날 때부터 걷지 못하는 걸인에게 금이나 은을 주는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걷지 못하는 걸인에게 베드로 사도는 천사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은 함께 길을 걷던 나그네를 집으로 모셨습니다. 그 나그네는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이셨습니다. 우리가 천사의 모습으로 나그네를 집으로 모실 수 있다면, 우리가 천사의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이미 부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 삶 속에서 예수님은 우리 가운데 계시고, 우리는 엠마오 제자처럼 “아,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셨구나!” 하고 눈을 뜨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누구의 길에 동행해 주고 있는가? 나는 지금, 이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에게 예수님의 따뜻함이 되어주고 있는가?” 그리고 또 이렇게 희망을 품어봅니다. “내가 받은 이 따뜻한 환대를, 나도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엠마오로 가는 길은 친교실의 식탁 옆에도 있고, 미사 후 작은 대화 속에도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도 예수님을 만나고, 또 예수님을 전하는 이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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