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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부활하신 예수님 “만남의 기쁨, 신록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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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선우경 쪽지 캡슐 작성일07:37 조회수23 추천수2 반대(0) 신고

2025.4.22.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사도2,36-41 요한20,11-18

 

 

 

부활하신 예수님

“만남의 기쁨, 신록의 기쁨”

 

 

“주님은 정의와 공정을 좋아하시네.

 그분의 자애가 온 땅에 가득하네.”(시편33,5)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 4월21일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어제 아침 7시 33분 우리가 사랑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89세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어제 엠마오 산보일에 교황님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러 ‘영원한 엠마오 산보길’에 오르셨습니다. 처음에는 슬픔이었지만 축제같은 죽음에 기쁨이 물밀 듯이 밀려 왔습니다. 얼마전 두봉 주교님에 이어 참 좋은 죽음의 선물을 남기시고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신 교황님입니다.

 

이렇듯 잘 사셨던 분들은 많은 이들에게 ‘회개와 평화와 일치의 선물’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십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떠남이요, 살아계실 때 못지 않게 돌아가신 다음 끊임없이 우리와 함께 하시며 일하심을 우리는 목도할 것입니다. 교황님이 1936년생으로 1949년생인 저보다 13세 연상이니 저의 남은 생애도 13년 안팎이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며 내심 다짐했습니다.

 

“‘사랑하라,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씀대로, 13년 안팎 남은 생애, 사랑의 성령의 바람따라, 내 살고 싶은 대로,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명품인생을 살리라.”

 

마침 어제 주문해 받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라는 제목의 책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단련된 마음의 근육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의 말씀도, 제가 늘 염두에 두고 있는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성 베네딕도의 말씀도 생각났습니다. 이래야 하루하루 날마다 오늘 지금 여기서 환상이나 허영, 탐욕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투명한 삶을 살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마침 오늘 읽은 옛 현자의 가르침도 좋았습니다. 

 

“가난해도 도道를 터득한 사람과 지혜롭게 재산을 늘린 사람은 가는 방향은 제각각일지 몰라도 모두 좋아하는 것을 이루었다.”<다산>

“안연은 거의 도道를 터득했지만, 자주 쌀통이 빌 정도로 가난했다. 자공은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산을 늘렸는데 그의 예측은 적중했다.”<논어>

 

새삼 관상의 마리아나 안연으로 살든 활동의 마르타나 자공으로 살든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요, 모두 똑같이 주님의 사랑을 받는 몸이니 제 색깔의 사랑으로 살아야 함을 배우고 깨닫습니다. 우열관계가 아닌 상호보완관계로 봄이 옳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을 사랑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요 프란치스꼬 신부인 저입니다. 어제 읽은 성 프란치스코 기사도 나누고 싶습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화두는 ‘예수’였다. 그는 마음에도 예수를, 입에도 예수를, 귀에도 예수를, 눈에도 예수를, 나머지 다른 지체에도, 자나깨나 늘 예수를 모시고 다녔다(1첼라노,115). 그는 걸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먹을 때나 마실 때나, 늘 기도에 몰두하였기 때문에(1첼라노,71), 보면서도 보지를 못하고, 들으면서도 듣지를 못했다(1첼라노,115). 그에게 있어서 예수는 사랑의 화신이요 삶의 모델이었다. 그는 ‘내 사랑하는 하느님이여, 당신은 나의 주님, 나의 전부시여!’ 고백하기에 이른다.”

 

어제는 파스카의 봄꽃들과 신록의 아름다움이 너무 잘 어울려 참 많은 분들에게 수도원 배밭 풍경 사진을 선물로 나눈 하루였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의 기쁨은 그대로 신록의 기쁨처럼 참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선종하시자마자 주님 부활에 합류하신 교황님의 죽음이 참으로 신선한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사랑입니다. 사랑밖에 길이, 답이 없습니다. 참으로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 예수님을 열렬히 항구히 사랑하는 일입니다. 두봉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에 앞선 사랑의 대선배가 오늘 복음의 마리아 막달레나, 사도행전의 베드로 사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이 아름다움의 극치입니다. 열렬히 항구히 사랑하고 찾았기에 주님이 응답해 마리아 막달레나를 만나주신 것입니다. 

 

사랑과 만남, 회개가 동시에 발생합니다. 마침내 에덴동산의 동산지기이자 생명나무인 예수님께서 “마리아야!”하고 부르시자 목자의 음성에 응답하듯 전광석화, 마리아는 돌아서서 “라뿌니! 스승님!” 부르며 화답하니, 사랑과 만남과 회개가 동시에 발생합니다. 그 어느 사도들도 두분간의 사랑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비움의 절정인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서있던 분도 성모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 그리고 애제자 요한이었습니다. 사랑-만남-회개로 끝이 아니라 ‘선포’로서 완성입니다. 

 

사랑의 기쁨, 만남의 기쁨, 회개의 기쁨, 선포의 기쁨이요, 핵심은 기쁨입니다. 이런 기쁨이야말로 파스카의 기쁨을 상징하는 신록의 기쁨입니다. 다음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에 더한층 신록의 기쁨으로 빛났을 마리아 막달레나의 영혼입니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하고 전하여라.”

 

예수님의 사랑과 배려에 감사와 감격, 감동으로 가득 찬 마리아 막달레나는 사도들에게 가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하고 부활하신 주님을 선포합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베드로 역시 사랑-만남-회개-선포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체험했기에 성령 충만한 열화와 같은 설교입니다.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에 감동하여 회개한 사람들은 다른 사도들에게 “형제 여러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묻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는 말씀입니다.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타락한 세대로부터 자신을 구원하십시오,”

 

이에 화답하여 삼천명 가량 세례를 받았다 합니다. 세례 받았으나 냉담한 이들! 정말 회개가 절실합니다. 회개와 용서, 성령을 받는 일은 평생 여정에 속합니다. 바로 평생성사인 성체성사, 고백성사를 통해 주님을 만나 회개와 더불어 용서와 성령을 받을 때 늘 신록의 기쁨으로 빛나는 영혼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인 성체성사 미사의 은총이 우리 모두 타락한 세대로부터 자신을 구원하여 늘 ‘사랑-만남-회개-선포’의 여정과 더불어 신록의 기쁨으로 빛나는 참 삶을 살게 해주십니다.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시편33,18).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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