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 (성소 주일)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요한 10,27)
성소 주일, 주님은 나를 ‘양’이라 부르십니다.
수많은 소리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나를 향한 그분의 목소리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옵니다.
“나는 너를 알고 있다. 그리고 너는 나를 따른다.”
이 부르심은 특별한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교황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성소는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씨를 뿌려 주신 귀중한 선물이며,
자기 밖으로 나가 사랑과 봉사의 여정에 나서라는 부르심입니다.”
누군가는 사제로, 누군가는 수도자로,
또 누군가는 평신도로, 가정 안에서 또는 축성된 신원으로 세상의 한복판에서
하느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름받았습니다.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부르심은 하나입니다.
“당신의 삶을 사랑의 선물로 내어 주어라.”
내 삶을 사랑으로 내어 주는 삶은
크고 화려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인내,
때로는 바쁜 하루 속에서도 보내는 짧은 안부 인사,
때로는 마음이 아픈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눈빛,
그 모든 것이 사랑의 선물이 됩니다.
사랑으로 내어주는 삶은
내가 가진 것을 억지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기꺼이 열리는 순간에 피어납니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손 안에서, 나는 누군가의 기쁨이 되고,
세상에 작은 빛 하나를 더하는 존재가 됩니다.
내가 쓰러졌던 자리, 외로웠던 기억,
견디며 지났던 날들마저도
이제는 누군가를 일으키는 사랑의 씨앗이 됩니다.
그 씨앗을 조용히 심고,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사랑의 길로 걷는 것,
그것이 바로 성소의 여정입니다.
주님은 내가 이 길을
두려움보다 더 큰 믿음으로,
주저함보다 더 깊은 사랑으로 걷기를 바라십니다.
그분의 부르심 앞에 응답하는 삶,
그 자체가 이미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시작이 됩니다.
성 요한 보스코, 복자 필립보 리날디처럼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기꺼이 “예”라고 응답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 여정을
우리 모두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님, 당신 손안에서
저를 부르시고, 이끌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