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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4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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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12 조회수176 추천수6 반대(0)

작년 2024, 제가 달라스 본당에 처음 부임했을 때 두 가지 사목 비전을 보았습니다. 하나는 외적인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눈에 보이는 공간의 변화입니다. 사제관을 성당 내로 이전하여 신축하고, 협소해진 친교실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사제관이 본당 내에 있으면 교우들과의 소통도 원활해지고, 병자성사나 교우 방문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친교실은 교우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규모로는 너무 좁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건축위원회를 발족했고, 교우들의 소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시간 속의 여정입니다. 3년 후면 본당 설립 50주년이 됩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연륜과 신앙의 깊이를 지닌 분들과 함께 준비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지난 50년을 성찰하고, 다가올 50년을 향해 걸어가려는 소중한 첫걸음입니다. 철학자 칼 야스퍼스(Karl Jaspers)는 인간의 성숙을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신축을 꿈꾸는 것도, 50주년을 준비하는 것도 단순히 구조물을 짓고 행사를 준비하는 일이 아닙니다. 한계를 마주하면서, 공동체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가는 일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을 보면, 박해를 피해 흩어진 이들이 안티오키아에 이르러 유대인뿐 아니라 그리스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합니다. 이 복음 선포의 열매로, 안티오키아에서 신자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 불리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정체성이고 삶의 방식입니다. 안티오키아의 신자들이 그리스도인이라 불린 것은 단지 교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본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분명합니다. 우리는 단지 공간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 자리를 넓히는 것입니다.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건축입니다. 단순한 50주년 행사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시간을 새롭게 여는 여정입니다. 우리가 신축을 계획하고, 50주년을 준비하는 것도 바로 용기의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생명을 주는 빵이다라고 하십니다. 주님은 단지 생명을 유지하는 양식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 사랑과 공동체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들을 뽑으셨습니다. 말씀과 표징 그리고 십자가와 부활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당부하셨습니다. 병자들을 고쳐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병자입니까? 하느님을 믿었으면서도 세상의 욕심 때문에 하느님과 멀어지는 사람들이 병자입니다. 육신은 건강해도 우리는 모두 조금씩 영적으로 병들어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어째서 남의 눈에 있는 작은 티는 보면서 내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섬기는 사람입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듯이 이웃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십자가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 다 이루었다.’라고 하셨듯이 주어지는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가야 합니다. 그런 사람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라고 부를 것입니다.

 

이제 저는 교우 여러분을 알고, 교우 여러분도 저를 믿어주시니, 모든 것이 잘될 거라 확신합니다.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새의 두 날개처럼 건축위원회‘50주년 준비위원회가 조화를 이루어 함께 날아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여정의 동반자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다시 살아내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하루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우리가 받은 것들을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과 함께하면 영적인 치유가 일어납니다. 사도들은 바로 그런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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