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5주간 월요일]
이전글 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2025.05.20)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19 조회수99 추천수3 반대(0) 신고

[부활 제5주간 월요일] 요한 14,21-26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오늘 제1독서인 사도행전에서 바오로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던 중 앉은뱅이로 태어나 한 번도 자기 힘으로 걸어본 적 없는 병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바오로의 설교를 진지한 자세로 경청하고 있었지요. 그는 아마도 바오로가 전하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기적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속에 그분에 대한 믿음 그리고 구원에 대한 희망을 지니게 되었을 겁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본 바오로는 그에게 “구원받을 만한 믿음”이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보고는,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에 기대어 ‘말씀’으로 그의 병을 치유합니다. 이 기적 사화를 통해 구원이라는 은총이 인간 편에서 이루어지는 선행과 공로에 따른 ‘보상’으로 당연히 주어지는게 아니라, 철저히 하느님의 자유의지에 따라서 그분의 자비 덕택으로 주어지는 ‘선물’임이 드러나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편의 노력이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풍성하게 은총을 베푸시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편에서 얼마나 잘 준비하고 노력하는가에 따라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은총을 받아 누릴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구원이라는 은총이 우리 안에서 온전히 완성되려면 하느님의 자비와 인간의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둘이 조화를 이루어 구원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주님께서 알려주시는 계명들과 구원에 대한 가르침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랑’이라는 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못해서 억지로 하는 일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 일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당위성’을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그 상황이 익숙해질수록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해이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만으로는 그 일에 최선을 다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도로교통법을 대하는 자세가 그렇지요. 법규를 어기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여 최소한만 지키려고 합니다. 그런 나태함과 안일함이 더 심해지면 ‘단속에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다’며 은근슬쩍 법규를 어기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본인이 단속에 걸리면 나만 어긴거 아니라고, 남들도 다 그런다고 억울해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기 바쁘지요. 주님의 계명과 가르침을 그런 마음가짐으로 대한다면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실현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을 향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당신께서 알려주신 계명과 가르침들을 지키라고 하십니다. 주님을 먼저 사랑해야만 나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그분의 뜻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고, 그래야 그분께서 알려주신 계명과 가르침들을 기쁘게, 기꺼이, 그리고 꾸준히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지키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는 원래 ‘간직하다’, ‘새기다’, ‘신경써서 돌보다’라는 뜻입니다. 실천했는가 아닌가 하는 이분법적 결과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지요. 주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간직하고, 그분께서 알려주신 계명을 항상 되새기며, 그 안에 담긴 뜻이 나의 삶을 통해 온전히 실현되도록 신경써서 돌보아야만 그 계명과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서 완성되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사랑 안에 깊이 머무르며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고 사는 복된 존재가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