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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5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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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20 조회수186 추천수6 반대(0)

부활의 기쁨 속에서, 우리 본당에도 뜻깊은 일이 있었습니다. 원래 황창연 신부님을 모시고 강의를 열려고 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강의가 취소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도 하느님께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본당 밴드 크룩스(Crux)’가 미사 후에 공연했습니다. 강의가 취소되어 공연할 수 없게 되자, 밴드 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미사 후에라도 저희가 연주를 해도 될까요?” 저는 기쁘게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교우 여러분도 따뜻하게 모여 주셨습니다. 그날, ‘크룩스는 열정과 신앙이 담긴 생활 성가로 무대를 아름답게 빛냈습니다. 황창연 신부님의 강의는 취소되었지만, 본당 밴드 크룩스는 성령 찬양의 밤에도, 본당 송년 모임에도 멋진 공연을 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멋진 밴드를 만들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비록 계획은 바뀌었지만, 그 자리는 또 다른 은총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계획은 어긋날 수 있지만, 열매는 맺힐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하느님 안에 머물면, 실패처럼 보이는 자리에서도 뜻밖의 열매가 맺힙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맺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 안에 머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단순히 규칙을 지킨다는 것 이상의 일입니다. 그것은 사람을 품는 것입니다.

 

고인이 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성 소수자가 성당을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들을 단죄해야 합니까? 받아들여야 합니까?” 마치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가 예수님께 이렇게 질문한 것 같습니다. “이 여인은 죄를 지었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이런 여인은 돌로 쳐서 벌하게 되어있습니다. 돌로 쳐서 벌할까요? 용서할까요?” 돌로 치라고 하면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도 별것 없다고 할 것입니다. 용서하라고 한다면 예수님은 모세의 율법도 지키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시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누가 저를 심판관으로 만들었습니까? 우리를 심판하시는 분은 오직 하느님이십니다.” 교황님은 이혼한 사람, 성 소수자, 환속한 사제도 따듯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심판보다 중요한 것은 품음입니다. 정죄보다 더 깊은 것은 사랑입니다. 우리 신앙의 뿌리는 사람을 품는 것입니다.

 

사도행전에서도 갈등이 생깁니다. “이방인들에게도 할례를 시키고, 율법을 지키게 해야 합니까?” 이에 사도들과 원로들은 모여서 깊이 논의합니다. 결국, 율법의 무거운 짐을 이방인에게 지우지 않기로 합니다. 율법의 완성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규칙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파울로 프레이레는 말했습니다. "사랑은 교육의 시작이며, 교육은 자유를 낳는다." 사랑으로 품을 때, 인간은 비로소 하느님의 자유 안에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 본당 밴드 크룩스가 보여준 열정도, 그런 사랑의 열매였습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면, 어떤 실패도 새로움을 만들어냅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면, 어떤 상처도 치유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도 이렇게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주님, 저희가 돌을 드는 대신, 손을 내밀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심판하는 대신, 품어 안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주님 안에 머물러,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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