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활 제5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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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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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5-21 | 조회수91 | 추천수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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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간 수요일] 요한 15,1-8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과 우리 사이의 관계성을 포도나무와 가지 사이의 관계에 빗대어 설명하십니다. 여기서 포도나무는 ‘전체’에 해당하고 가지는 나무를 이루는 ‘부분’에 해당하지요. 그렇기에 가지는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다른 가지들과의 관계 안에서 적용되는 원리나 규칙을 포도나무이신 주님께 요구할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의 지극히 일부분일 뿐인 자신은 전체이시며 그 전체를 움직이는 원리이자 힘이신 주님 안에 완전히 속해 있으며, 그분에게서 떨어져서는 가지로서 존재할 수 없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겁니다. 그러면 주님 앞에서 감히 자기 뜻과 고집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분께서 바라시는 뜻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헤아리며 그 뜻에 전적으로 순명하게 되지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처럼, 전체이신 주님 안에 머물러 살아가려면 그분의 뜻을 따라야 함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제 욕심과 고집을 내려놓지 못하고 제 뜻대로 살겠다며 주님에게서 떨어져나가면 그 결과는 파멸입니다. 포도나무이신 주님으로부터 나를 살리는 양분이자 생명력인 은총의 수액을 더 이상 받지 못해 제대로 된 열매 한 번 맺어보지 못한 채 말라비틀어지다가, 결국엔 지옥불에 던져져 한줌의 재만 남게 되겠지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처럼 단순하고 분명한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왜 포도나무이신 주님께 믿음과 순명으로 붙어있지 못하고 자꾸만 제 욕심과 고집을 내세우며 떨어져나가려고 할까요? 그것은 ‘세금’을 내기가 싫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과 사랑을 받았으면 그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 그 일부를 주님께 감사의 예물로 봉헌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자기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기에,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못하게 된다고 여기기에, 주님 뜻에 맞는 열매 맺기를 포기해버리는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세금도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떤 분은 이런 볼멘 소리를 하실 겁니다. 세금은 유한하고 부족한 인간 세상에서나 내는 것이지, 전능하신 주님께서 왜 굳이 세금을 걷으셔야 하느냐고, 그러면 주님이 이 세상의 지배자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고 말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주님께 세금을 내는 것은 그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입니다. 내가 하느님 나라에 속한 존재임을, 오직 하느님만이 온 세상과 나의 삶 전체를 주관하시는 주님이심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지나친 탐욕과 집착에 사로잡혀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라는 자기 신분을 망각하게 됩니다. 또한 나의 주님이신 하느님의 뜻을 져버리고 세상의 규칙을, 나의 뜻과 고집을 따르다가 그분으로부터 멀어져버리게 됩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창세기 속의 아담과 하와가 그랬지요. 하느님께서 자기들을 위해 창조해주신 온갖 좋은 것들을 원 없이 누리면서도, 하느님과 동등한 자리에 서고 싶다는 탐욕과 교만에 빠져서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따먹지 말라는, 선과 악의 판단 즉 심판과 단죄라는 영역만큼은 철저하게 하느님의 몫으로 남겨놓고 철저하게 그분 뜻을 따르라는 최소한의 명령마저 어기고 만 겁니다. 그 결과 낙원에서 고통없이 행복하게 살 자격을 잃고, 세상에서 힘들게 일하며 고통을 겪는 유한하고 부족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다면 내 뜻과 고집을 버리고 겸손과 순명으로 주님께 딱 붙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분 뜻을 따르는 실천으로 신앙의 열매를 맺어 그 일부를 기꺼이, 기쁘게 그분께 봉헌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 나라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며 살기 위해 내야 할 세금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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