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영근 신부님_“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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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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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5-21 | 조회수74 | 추천수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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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말씀(5/21) : 부활 제5주간 수요일 * 제1독서 : 사도 15, 1-6 * 복음 : 요한 15, 1-8
1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2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3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4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6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가지들을 모아 불에 던져 태워 버린다. 7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8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 <오늘의 강론>
오늘 <복음>의 “참 포도나무의 비유”는 “붙어있다, 머물다, 열매 맺다”라는 동사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특히 “머물다”라는 단어가 여덟 번이나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정주”를 서원하고 살아가는 우리 베네딕도 회원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머물다”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오늘 <복음>에서는 우선적으로 “붙어있음”을 뜻합니다. 곧 포도나무에 붙어있어서, 그 나무로부터 수액을 받아먹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죽음이듯이,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죽는 까닭입니다. 그러니, “머물다”라는 말은 생사를 담보로 맺어지는 유대의 끈을 말합니다. 곧 뗄래야 뗄 수 없는 생명으로 유착된 “상호 불가분의 긴밀한 관계”를 뜻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포도나무에 “붙어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결코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뭇가지가 나무에 붙어있다 하더라도,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잘려져 불에 태워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머물다”는 말의 의미는 그분 말씀의 권능이 우리 안에서 열매 맺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가지가 나무에 속해 있을 뿐 결코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는 없듯, 그분께 승복하여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 맺게 되는 열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이처럼, “머물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하느님의 현존과 활동에 자신을 내어주는 ‘상호 친교’요 ‘상호교제’입니다. 나아가 ‘상호 교환’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이미 우리 안에 계신 삼위 하느님의 내주와 공유인 것입니다. 이토록, 우리는 그분의 ‘참 생명’을 공유하고, 그분과 결합하여 한 영이 됩니다. 이를 가리켜, 사도 바오로 말합니다. “주님과 결합하는 이는 그 분과 한 영이 됩니다.”(1코린 6,17)
이토록,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 하셨습니다.”(2베드 1,4). 우리 안에 당신이 머무르신다는 이 놀라운 사랑의 신비 앞에, 우리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헤아릴 수 없는 자비와 신비입니다. 이토록, 우리는 그분이 머무시는 현존의 자리요, 그분이 사랑의 열매를 이루시는 활동의 공간이요, 장소인 것입니다. 실로,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보다 앞서, 우리 안에 정주하십니다. 이 얼마나 큰 감사와 감격인가요. 그러니 지금 여기 공동체 안에 머물러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행복입니다. 이미 차고 넘치는 자비요 은총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우리는 단지 공동체에 정주하는 회원으로 지탱하는 것을 넘어, 사랑의 실현인 열매를 맺어야 할 일입니다. 아멘.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4)
주님! 당신께서는 무너뜨리지만 열매를 맺어주셨고 부서뜨리지만 새싹을 틔워주셨습니다. 이토록 제 자신이 부서지고서야, 제 자신을 건네주고서야, 당신께 머무르는 법을 배워갑니다. 꽃이 지듯, 제가 무너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않게 하소서. 열매가 떨어지듯, 제가 사라지는 것을 서러워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 저는 오늘도 떨어져야 머물게 되는 이 신비로운 사랑 앞에 떨어지지 못함이 부끄럽고 죄송스러워 고개를 떨굽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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