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5주간 토요일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요한 15.18) 이 복음은 참 어렵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 속에 살면서 어떻게 ‘세상에 속하지 않으면서 또 ‘세상을 사랑하고,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미움받는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복음을 묵상하면서 세상이 나를 미워한다는 것은 내가 진리와 사랑을 따를 때 생기는 충돌이고 내가 침묵이 익숙한 곳에 불편한 진실을 말할 때 격는 저항이며, 내가 자기 존재에 충실할 때 생기는 불편함이 미움의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 미움은 사랑과 진실에 충실할 때 생기는 부작용 같은 것이었네요. 그러니 내가 미움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면서 진실에 충실하면서 살아갈 때 생기는 긴장같은 것이고, 예수님은 그런 현실적인 긴장이 생길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신 것이군요. 예수님 역시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았지만 동시에 진리를 말했기 때문에 거절당하고 배척당하셨다는 걸 기억하라고...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신뢰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인정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때로 그 사랑을 얻지 못하더라도 진리와 사랑에 충실한 자기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복음은 오늘 나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사랑을 받아도 나는 나로 남을 수 있는가? "세상의 사랑을 받지 못해도 나는 나로 남을 수 있는가?” 그 두 가지를 모두 품을 수 있는 내면의 자유, 그것이 하느님 나라의 길이며, 복음의 지혜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세상과 등지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세상을 사랑하시어 당신 자신을 내어주셨습니다. 그 세상은 미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존재이고, 회복되어야 할 관계이며 내가 품고 살아야할 곳입니다. 오늘도 그 부름에 응답하며, 진실하고 온유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대신, 사랑이 가져오는 불가피한 반응—‘미움’—을 조용히 마주합니다. 미움은 내가 진리와 사랑을 따를 때 생기는 충돌이고, 침묵이 익숙한 곳에서 불편한 진실을 말할 때 겪는 저항이며, 자기 존재에 충실할 때 타인이 느끼는 불편함.. 사랑과 진실에 충실할 때 생기는 부작용과도 같은 것 같아요. 의사가 약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생명을 살리는 처방을 하듯,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 진리와 사랑이라는 이름의 ‘등불’을 계속해서 처방하십니다. 미움이 따를지라도 말입니다. 이 시는 사랑이 싸우지 않으면서도 마주 서는 용기, 조용히 자신을 밝히며 견뎌내는 내면의 힘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그것은 어둠을 물리치는 싸움이 아니라, 어둠을 밝혀가는 존재의 방식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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