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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로우 묵상] 나를 웃게 하는 사람 -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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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26 조회수53 추천수3 반대(0) 신고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

 

“너희를 죽이는 자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요한 16.2)

 

 

도대체 어떻게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서로를 박해하고, 심지어 죽일 수 있을까?

이건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폭력과 혐오를 우리는 곳곳에서 마주합니다. 예수님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아버지도 나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짓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알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이 말씀하신 ‘알지 못함’이란 단순한 정보나 지식의 부족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체험하지 못한 상태가 아닐까요?

그 결과 사람들은 율법을 절대화하고, 종교적 규범이나 자신들의 정통성만을 ‘하느님의 뜻’이라 믿으며 다른 이들을 정죄하고 배제합니다. 이런 왜곡된 믿음은 역사 속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사도 바오로 역시 처음엔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을 박해하며 그것이 하느님께 대한 열심이라 믿었습니다. 십자군 전쟁, 종교재판, 종파 간 학살, 현대의 종교 극단주의… 하느님의 이름을 말하지만, 그 안에는 사랑도 자비도 없습니다.

 

진정한 신앙, 참된 ‘앎’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사랑과 용서, 진리와 자비로 하느님을 증언하셨습니다.

그분을 안다는 것은 누군가를 벌주는 일이 아니라,

그를 감싸고, 일으키고, 함께 웃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성 필립보 네리 성인을 떠올립니다.

16세기 종교 개혁과 교회 내부의 긴장으로 가득하던 시대에

그분은 사랑과 유쾌함, 기쁨으로 하느님을 증언한 사람이었습니다.

성인은 무겁고 경직된 신앙의 틀 안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먼저 웃고, 함께 걸으며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사랑을 ‘살아내는’ 길을 택했습니다.

성인은 기도를 강요하지 않았고, 교리를 먼저 들이밀지도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유머로 마음을 열었고,

심지어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에게도 겸손한 농담으로 벽을 허물었습니다.

그분의 유쾌함은 가벼운 장난이 아니라,

성령께서 주시는 내면의 평화와 사랑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 태도였습니다.

 

나는 필립보 네리 성인처럼, 유쾌함으로 복음을 증언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나는 유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너무 진지해서 때로는 사람들을 굳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 묻습니다.

“이런 나도, 필립보 성인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유쾌함은 기술이 아니라 성령의 열매이고, 웃음은 장난이 아니라 사랑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안다는 것,

그것은 필립보 네리 성인처럼 사람을 웃게 하고, 기쁘게 하고, 살아나게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나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나를 웃게 하는 사람』


필립보 네리 성인을 기념하며

그분이 보여준 유쾌함과 사랑의 방식에 마음이 머뭅니다.

신앙은 무겁고 고된 짐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웃게 하는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분은 삶으로 증언하셨습니다.

 

그리고 문득, 내 곁에도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그 사람은 슬픔을 모르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알기에 웃고, 나를 웃게 합니다.

 

나는 아직 진지함이 더 익숙한 사람이지만,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웃게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기네요.

진리의 영이 함께하신다면,

나의 웃음도 누군가에게 사랑의 증언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슬로우묵상, 부활시기, 요한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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