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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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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5-29 조회수25 추천수2 반대(0) 신고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요한 12,24-26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일본의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해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수현 씨를 다들 기억하실 것입니다. 기차가 들어오면 선로에 떨어진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다들 알았지만 모두가 자기 목숨이 아까워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사람도 아닌 한국인 유학생이 망설임 없이 선로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취객을 역의 플랫폼 위로 끌어올리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수현씨는 열차가 자신의 얼굴 앞까지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쓰러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안타깝게도 그들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그의 모습을 보고 '어리석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은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지도 못하고 다 함께 죽었다는 결과만 보고 아무런 성과도 없는 '개죽음' 당한 것이 아니냐며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이수현씨의 죽음은 절대로 무의미한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일본에서는 전철 선로 위에 사람이 떨어지는 사고가 생기면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선로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요?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진 이수현씨의 숭고한 희생이 사람들의 마음 속 깊이 묻혀있던 사랑의 씨앗을 싹트게 한 것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사회 분위기 안에서 다른 사람 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희생하기를 꺼렸던 일본인들이 이수현씨의 희생을 보고 사랑이 지닌 숭고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되었고, 그 후부터는 사랑을 실천할 기회가 생기면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행동하게 된 것이지요. 이수현씨의 희생이 밑거름이 되어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었으니, 그의 죽음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과 뜻을 충실히 따르기 위해서 한 '순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수현씨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우리가 자신의 이익만 챙기며 타인을 위해 희생하려고 하지 않으면,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실천할 기회를 외면하면 내가 지키려고 했던 그 '하나'는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보다 훨씬 더 가치있고 중요한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타인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봉사한다면, 사랑을 실천할 기회를 마주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내가 가진 재물과 재능, 시간을 기꺼이 내놓는다면 내가 한 봉사가, 내가 내놓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깃든 사랑을 일깨워 풍요로운 열매를 맺을 것이고, 그것이 나 자신에게는 큰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그런 나와 함께 하시며 나를 존중해주시고 아껴주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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