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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승국 신부님_그분은 떠나셨지만, 떠나지 않고, 우리 안에 생생히 살아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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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5-06-01 조회수38 추천수3 반대(0) 신고

 

부활 대축제 기간에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 아버지 품으로 건너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위대했던 신앙 여정을 묵상합니다. 병원에서 퇴원하셔서 좀 더 우리 가운데 머물러 주실 것 같았던 그분께서 안타깝게도 선종하셨습니다.

살아생전 보여 주셨던 수도자요 사제, 주교요 교황으로서의 그 따뜻하고 자애로운 모습, 그 소박하고 순수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찰나같은 잠시의 만남이었지만, 그분을 알현했던 순간의 축복은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당시 그분으로부터 받은 느낌은 참으로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그 연세의 다른 노인들에게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느낄 수 없었던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이 깊이 느껴졌습니다. 한없이 그윽하고 맑은 눈길, 아버지로서의 깊은 애정과 관심이 담긴 미소 앞에 저는 순식간에 무장해제가 되었습니다. 잠깐 사이의 만남이 제게는 치유의 순간이요, 은총과 축복의 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재림하셨다면, 이런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살아생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행보는 언제나 일관된 것이었습니다. 노숙인들, 난민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자국의 이익에만 몰두하지, 약소국들의 딱한 처지를 나 몰라라 하는 강대국들의 횡포를 강하게 꾸짖으셨습니다.

교회나 수도원이 담 안에 안주하지 말고, 세상의 끝, 변방으로 나아가도록 부단히 촉구하셨습니다. 지난 세월 교회가 약자들에게 저지른 과오와 실책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셨습니다. 자신의 삶과 관련해서 교황님께서는 지극히 겸손하고 탈권위적인 행보를 취하셨습니다. 극단적 청빈의 삶을 몸소 사시면서,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살아가는 교회와 사회 앞에 온몸으로 저항하셨습니다.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예수회 수도자, 부에노스 아이레스 관구 관구장,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교구 교구장, 교황직을 거치면서 한결같이 추구하셨던 삶의 모습은 가난이요, 작음이었습니다. 다들 크고 화려한 것, 엄청 대단한 것, 높디 높은 자리를 추구하는데 혈안이 된 오늘 우리를 향해 그분은 생애 내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외치셨습니다.

참으로 이상하지요. 이제 더 이상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지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우리에게 남긴 그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 사목자로서 보여주신 열정과 충실함, 선한 이미지는 더 생생히 우리 안에 남아 있고,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를 떠나셨지만, 다른 한편으로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그가 남긴 미소, 그가 보여준 가난하고 고통받는 형제들을 향한 헌신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떠나지 않고 우리 가운데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그러하시듯 말입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에 있었던 첫 번째 이별 때의 분위기가 기억납니다. 떠나가시는 예수님께 대한 예의도 전혀 갖추지 못했습니다.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목숨이 두려웠던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후환이 두려워 멀리멀리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비겁하게 골방에 숨어서 전해오는 소식을 듣곤 했습니다. 제자로서의 도리를 전혀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진한 부활 체험이후 제자들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명명백백해졌습니다. 제자들은 두려움을 떨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더 이상 그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없었습니다.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죽기 살기로 예수님을 전하는 일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제자들이었기에 승천하시는 예수님을 기쁜 얼굴로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한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 무엇도 스승과 제자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는 진리 말입니다. 그 어떤 권력자도, 그 어떤 두려움도, 죽음조차도 스승과 제자 사이를 떨어트려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제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그 어떤 상황에서나 스승께서는 자신들과 함께 하시리라는 사실을 완전히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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