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주님의 전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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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선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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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6-02 | 조회수67 | 추천수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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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2.부활 제7주간 월요일
사도19,1-8 요한16,29-33
주님의 전사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주여, 당신의 집에 사는 이는 복되오니, 길이길이 당신을 찬미하리이다."(시편84,5)
하느님의 집 수도원에서, 수도생활 초창기부터 43년동안 참 많이 사용한 강론 주제가 ‘주님의 전사’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삶은 반복입니다. 늘 새로운 반복, 거룩한 반복입니다. 사용했지만 절실한 내외적 요구에 다시 거론하면 또 새로운 깨달음이 됩니다. 아마도 이 강론 주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삶은 전쟁입니다. 평화가 이상이라면 전쟁은 현실입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바 총칼의 실제적 무력을 사용한 폭력적 전쟁이 아니라, 성령에 따른 영적전쟁이요 성령으로 무장한 주님의 전사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령의 전사, 믿음의 전사, 사랑의 전사, 평화의 전사등이겠습니다. 옛 현자의 충고도 영적전쟁에 도움이 됩니다.
“높이 오르고 싶다면 일상의 바닥부터 한 걸음씩 쌓아나가라.”<다산> 늘 기본에 충실함이 영적승리의 기초가 됩니다. 다음 자주 인용했던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다(the more spiritual...the more real)” 나무가 하늘 높이 가지를 뻗을수록 삶의 제자리인 땅의 현실에 깊이 뿌리내려야 하는 이치와 흡사합니다.
그러니 참으로 믿는 이들은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에 주님의 영원한 현역의 전사라는 것입니다. 어제 인용했던 ‘지금도 가슴이 뛴다’는 80세의 보수논객 역시 영원한 현역에 속합니다. 새삼 젊음은 나이에 있는게 아니라 하느님을 찾는 구도자적 열정에 있음을 봅니다. 죽어야 제대인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입니다. 오래전 <담쟁이>란 자작시가 여전히 자주 인용했어도 이때쯤이면 새롭게 떠오릅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년 가을 붉게 타오르다 사라져 갔던 담쟁이 어느새 다시 시작했다
초록빛 열정으로 힘차게 하늘 향해 담벼락, 바위, 나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붉은 사랑으로 타오르다 가을 서리 내려 사라지는 날까지 또 계속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정주의 삶에도 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
다만 오늘 하루 하늘 향해 타오를뿐 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 행복이요 충만이요 영원이다 오늘 하루만 사는 초록빛 영성이다”<1988.6.3.>
놀랍습니다. 27년전 50세에 쓴 시인데 지금 77세에도 여전히 공감하는 시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아침 산책시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를 일부 개작하여 부르며 영원한 현역으로서 영적전의를 새로이 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하느님의 전사의 빛나는 모범입니다. 다음 고백이 하느님 아버지와 늘 함께 했던 불세출의 믿음의 전사 예수님이심을 입증합니다.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곳으로 흩어질 때가 온다. 아니, 이미 왔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늘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계시니 고독도, 외로움도, 쓸쓸함도, 그리움도, 목마름도, 배고픔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늘 함께 하시는 주님과 날로 관계를 깊이 하는 영적우정의 전우애가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복음 말씀이 우리의 영적전쟁의 승리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주님께서 이겨놓은 싸움을 싸우는 것입니다. 고난을 겪겠지만 주님과 함께 함이, 또 주님께서 주신 평화가 참 좋은 무기가 되고 끝까지 버텨내고 견뎌내는 인내와 용기의 원천이 됩니다. 바로 이런 주님의 참 좋은 전사의 본보기가 사도행전의 바오로입니다. 바오로의 작은 체구에 저런 지칠줄 모르는, 마를줄 모르는, 샘솟는 투지의 선교열정이 불가사의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은 바오로 사도의 에페소에서의 제3차 선교여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요 잘못 미치면 폐인이다’ 라는 평소 제 지론이 생각납니다. 이런 바오로를 위시한 성인들이야말로 바로 주님 사랑에 제대로 미친 분들입니다. 다음 대목이 주님의 전사로서 바오로의 진면목을, 백절불굴 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오로는 석 달 동안 회당에 드나들며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토론하고 설득하면서 담대히 설교하였다.’
주님의 전사로서 바오로의 다음 고백도 길이 회자되는 대목이요, 제가 날마다 하루를 마칠 즈음이면 되뇌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영적 각오를 새로이 하는 구절입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의로움의 화관이 나를 위하여 마련되어 있습니다.”(2티모4,7-8ㄱ)
디모테오에게 보낸 편지 첫째, 둘째 서간은 바오로의 주님의 전사로서 치열했던 삶에 대한 기록처럼 보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영적전의를 새롭게 하시며 영적승리의 삶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자, 어서 와서,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2,5).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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