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슬로우 묵상]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 -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이전글 반영억 신부님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다음글 “내가 세상을 이겼다.” |1|  
작성자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25-06-02 조회수94 추천수3 반대(0) 신고

부활 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요한 16,33)

 

어제는 주님 승천 대축일이었습니다.

복음을 묵상하며 나의 예루살렘에 머물렀습니다.

예루살렘은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성소이자, 약속이 실현되는 장소입니다.

나의 예루살렘은

바로 나의 깊은 내면,

세상과 나 자신을 향한 모든 소음이 가라앉고,

존재 그 자체로 머무는 그 조용한 중심이었습니다.

예루살렘은 평화이 도시지만, 동시에 수많은 눈물과 갈등의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나의 상처받은 마음, 흔들리는 정체성,

그러나 그 안에서도 하느님을 기다리는 자리가 바로 나의 예루살렘이었습니다.

 

내 안에도 낯선 '나'가 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나,

실패한 나, 상처 입은 나,

용서하지 못한 나…

 

이 존재들을 향해 나는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내 안에 있는 것을 허락한다. 너도 이 공동체의 일부다."

이렇게 내 안의 나를 존중하고 환대하니,

바깥의 다른 이들도 조금은 더 품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근원적인 공동체,

곧 ‘나와 하느님’ 사이의 만남 안에

이제는 다른 이들을 초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오늘 복음을 묵상합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

이 말씀은 단순히 적을 물리쳤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이 줄 수 없는 방식으로 이기셨다는 선언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사랑으로 이기셨습니다.

칼로도, 군중의 인기로도 이기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배신당하고, 모욕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그 길에서

끝까지 사랑하고, 용서하고, 정의를 말하며,

하느님께 순명함으로 세상을 이기셨습니다.

 

예수님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의 자유로 이기셨습니다.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으셨고,

죽음을 피해 도망가지 않으셨습니다.

자신의 존재 전체를 하느님께 맡기며

죽음을 통해 부활로 나아가는 자유를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예수님은 내 안에서도 이미 이기고 계십니다.

그분의 승리는 내 완벽함이 아니라,

내가 다시 일어나기로 선택한 그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사랑을 택하려는 마음 안에서,

나는 이미 ‘세상을 이기신 그분’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자신이 하느님과 멀어졌다고 느끼고 있다면,

조심스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공동체와 함께 다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당신도 혼자가 아니고,

예수님께서 이미 당신 안에서도 이기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

 

예루살렘은 단순한 장소가 아닌, 내면의 회복과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을 상징합니다.

성령강림을 기다리며 내 안의 상처받은 자아와 조용히 마주하고, 그 자리에 작은 희망의 불을 켭니다.

아직 어둠 속에 있지만, 그 안에서도 길이 있음을 믿으며 나아가려는 용기,

예수님께서 먼저 걸으신 그 길 위에,

지금도 그분이 내 안에서 조용히 승리하고 계심을 고백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슬로우묵상, 부활시기, 요한복음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