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7주간 수요일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3) 부활 시기의 마지막 주간에 만나는 오늘 복음은 성령강림을 앞두고, 공동체 안에서 화해와 일치로의 초대처럼 다가옵니다. 사람은 누구나 깊은 차원에서 연결에 대한 갈망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은 결국 서로를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안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 안으로 들어가 그의 기쁨과 아픔, 삶의 이야기와 침묵을 함께 느끼는 것. 그리고 있는 그대로 그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요? 하느님께서 저를 아시는 방식이 바로 그러합니다. 제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분은 한숨에 담긴 두려움을 아시고, 눈빛에 스민 부끄러움까지도 기억하십니다. 이처럼 깊은 ‘앎’의 방식이 공동체 안에서 실현될 때, 우리는 비로소 하나가 되어 갑니다. 공동체는 단지 같은 시간표에 맞춰 만나고,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고 기도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변화와 성숙을 기꺼이 허용하는 공간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사회와 교회 곳곳에서 허물어지는 공동체의 아픈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 우리에게, 예수님은 오늘 복음을 통해 조용히 이렇게 초대하십니다. 편견을 넘어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겨라.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라. 솔직한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신뢰의 관계를 이루어라. 침묵 속에서 온전히 들어주어라. 함께 일하고, 함께 실수하고, 함께 넘어지고, 함께 웃으며 상처를 피하지 말고, 회복을 선택해라.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서로를 알아가는’ 여정이며,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어 가는 일치의 공동체를 향한 발걸음입니다. 
진짜 ‘앎’은 멈춰 서서 그 사람의 그림자마저도 함께 바라볼 때 시작된다고. ‘보이는 것 너머’를 보려는 그 천천한 눈빛이 공동체를 하나로 엮는 시작이라고. 이 시를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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