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자가 이 일들을 증언하고 또 기록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증언이 참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한 21,24)
요한복음의 마지막 구절에 머무릅니다.
복음서를 기록한 인물,
'사랑받는 제자'로 불리는 요한이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직접 증언하며 남겼다는 사실.
그리고 그 증언이 '참되다'라고 공동체가 함께 고백하는 모습이
저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갑니다.
SNS, 뉴스, 유튜브 등 수많은 말과 이미지가 순간마다 쏟아지지만,
그중 얼마나 많은 것이 진실한 증언일까요?
어떤 사람이, 어떤 책임과 마음으로 말하는가에 따라
그 말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누군가의 삶이 진실되게 드러날 때,
그 삶은 공동체의 신뢰를 얻고,
공동체는 그 신뢰 위에 세워집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전통적인 종교보다
개인의 삶과 경험에 맞는 '영성'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명상, 요가, 마음챙김, 자연치유 등
교리보다 삶에 가까운 방식을 택하며
자유롭게 신앙을 실천하려는 흐름도 보입니다.
한편으론, 종교에 대한 불신과 회의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종교단체의 부정적인 사건들로 인해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인가’ 더 깊은 혼란을 겪습니다.
이런 시대에
오늘 복음 말씀은 다시 묻습니다.
“참된 증거의 삶이란 무엇인가?”
말수가 많지 않아도,
설명이 길지 않아도,
어떤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 진실을 말합니다.
요한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의 가슴에 조용히 기대어 앉았던 제자,
십자가 아래에서 끝까지 곁을 지켰던 사람.
그분은 자신이 드러나려 하지 않았고,
큰소리로 주장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예수님과 함께했고,
그 깊은 친밀함 속에서 자신이 본 것을
기록하고 증언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종교와 신앙의 의미를 새롭게 묻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 앞에서, 저는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 삶은 누군가에게 믿을 수 있는 증거가 되고 있는가?”
그래서 저는 바라고 기도합니다.
먼저 내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 안의 부족함과 상처마저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작은 일상 속에서 진실한 행동을 꾸준히 실천하며,
서로 지지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안에 머물 수 있기를.
그렇게 살다 보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내 삶이 하나의 증언이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증언이,
누군가의 마음에 이렇게 머무르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그의 증언이 참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