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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로우 묵상] 이미 빛 -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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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25-06-10 조회수154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마태 5, 14)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가 빛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지 않으시고,

이미 빛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덧붙이십니다.

"등불을 켜서 함지 속에 두지 않는다."

이 말씀이 제 마음에 깊이 머뭅니다.

 

"나는 늘 증명하려 애쓰며 살았던 것 같아요."

언젠가 제가 고백했던 말입니다.

나도 괜찮은 사람임을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이 세상에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길, 인정해 주길 바랐습니다.

 

비폭력 대화(NVC)를 배우고 실천하면서

이러한 바람은 부끄러운 게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존재가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마음의 몸짓이라는 것을요.

하지만 이 갈망이 항상 채워지는 것은 아니지요.

그때 제가 만난 것은 '존재의 영성'었습니다.

존재의 영성은

내가 누군가를 감동시키지 않아도,

증명하지 않아도,

이미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렇게 제 안의 목마름이 조금씩 잦아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문득 제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정말 빛이 되고 있었을까?"

그럴 때마다 오늘 복음 말씀이 저에게 다정하게 다가와 답해줍니다.

'너는 이미 빛이다.

그러니 빛나려 애쓰지 말고,

네 안의 작은 등불을 가리지 않는 훈련을 해라'

 

내 안의 작은 등불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내 안에 이미 있는 고유한 빛,

내 존재의 온기, 진심, 느림, 연약함, 사랑, 기도를

덮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리지 않는다는 건...

누군가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내 진짜 마음을 억누르지 않는 것,

약해 보일까 봐

눈물을 참지 않고 흘릴 줄 아는 용기,

쓸모 있고 유능한 사람이 되려고

내 느린 걸음, 내 방식, 내 중심을 부정하지 않는 것,

조용히 기도하고, 묵묵히 있는 나의 삶을

세상 앞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비교하지 않고,

작지만 진짜인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세상은 종종 말합니다.

"더 밝아야 해"

"더 강해져야 해"

"더 특별해야 의미가 있어"

하지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이미 빛이다.

그러니 그 빛을 감추지 말아라.

 

그 빛을 감추지 않을 때,

나는 더 이상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느님의 빛은 나를 통해 드러납니다.

 

 

 

『이미 빛』

 

이 시는 느림과 약함,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존재감 속에서 발견하는 고유한 빛을 노래합니다.

나무늘보의 천천히 머무름, 고슴도치의 상처 입은 가시, 달맞이꽃이 밤에 피어나는 모습,

그리고 늘 촉촉한 이끼까지—이 모든 생명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미 빛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더 빠르고, 더 밝고, 더 완벽해야 한다’는 잣대에 지친 이들에게,

‘너는 이미 충분히 빛나는 존재’라는 부드러운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슬로우묵상, 서하의노래, 빛, 마태복음5장, 연중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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