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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로우 묵상] 지워지지 않는 그림자 -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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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25-07-02 조회수63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하느님의 아드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때가 되기도 전에 저희를 괴롭히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까?” (마태 8, 29)

 

무덤을 죽음과 절망의 상징입니다.

마귀 들린 이가 무덤 사이에 산다는 것은,

이미 '존재로서의 생명'을 잃고, 상처와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두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그곳에, 아무 말도 없이 예수님이 다가오십니다.

행동도, 외침도 없이, 그저 '존재'로 다가오십니다.

 

그런데 어둠은 이미 고통스러워합니다.

죽음의 땅에 머물던 마귀들이 소리칩니다.

"때가 되기도 전에 우리를 괴롭히러 오셨습니까?"

 

그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참된 존재'의 울림 앞에서,

거짓과 폭력, 두려움과 조작으로 세워진 세계는 이미 흔들리고, 드러납니다.

예수님의 존재 자체가, 그곳을 흔든 것입니다.

 

오늘날의 마귀, 존재를 지우려는 시대

 

지금 이 시대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둠을 빛을 직접 공격하기보다, 존재 자체를 불편해합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사랑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도,

가면 없이,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람, 그 사람 자체를 이이 위협으로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의 교회, 직장, 사회 공동체는

'그냥 있는 사람'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들을 침묵시키고, 고립시키고, 왜곡하고,

존재 자체를 지우려 합니다.

 

빛의 사람, 진실한 사람, 있는 그대로 머무르는 사람에게

세상은 외칩니다.

"여기서 떠나라"

혹은 스스로 떠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버립니다.

왜냐하면, 그 존재 자체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 불편함 속에서 이미 거짓을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존재로 머무는 용기

 

예수님처럼,

말없이, 행동 없이, 그저 그 자리에 '존재'로 머무는 것,

그것이 어둠을 흔들고, 불편함을 드러내며,

마침내 진실의 문을 여는 시작입니다.

그러나,

존재로 머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나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

나를 사라지게 만들려는 힘 앞에,

나는 자꾸 작아지고 싶어집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사라지지 않는 용기,

그저 '있는 그대로' 머무는 용기입니다.

 

그 용기의 근원 — 하느님으로 만족하는 삶

 

그 용기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성녀 데레사의 고백에서, 우리는 그 실마리를 찾습니다.

"하느님만으로 충분합니다."

내가 사랑받는 이유를 세상에서 찾으려 할 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안에서 이미 나는 충분한 존재임을 믿는다면,

세상이 나를 지우려 해도, 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존재로 머물 수 있습니다.

 

주님,

저를 지우려는 어둠 앞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당신의 현존처럼,

그저 그 자리에 머무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당신만으로 충분하다는 고백으로

오늘도 저의 존재를 지키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슬로우묵상, 서하의노래, 마태복음, 연중13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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