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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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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05:54 조회수49 추천수2 반대(0)

요즘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없이 살기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기계들이 공통으로 요구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업그레이드입니다. 처음에 기계를 샀을 때는 잘 돌아가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고,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기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걸리지만,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결국 성능이 떨어지고, 고장도 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세례받고, 주일 미사 드리면 됐다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어야 합니다. 왜냐고요? 악의 유혹도, 세상의 흐름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신앙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요? 첫째는 회개와 성찰입니다. 고백성사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고, 새롭게 하느님 앞에 서야 합니다. 둘째는 말씀과 성찬, 즉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의 생명을 내 삶 안에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셋째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 사랑이 살아 있는 삶이 곧 신앙의 업그레이드입니다.

 

오늘 복음과 제1독서의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예수님의 파스카가 바로 신앙의 가장 큰 업그레이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파스카, 유월절의 시작은 구약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그 밤, 하느님께서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게 하시고 그 집을 넘어가셨습니다. 그 덕분에 죽음은 넘어가고, 이스라엘은 해방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넘어간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페사크에서 파스카라는 말이 나온 겁니다. 이게 구약의 파스카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집트에서의 해방’,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 파스카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셨습니다. 구약에서는 어린 양이 피를 흘렸지만, 신약에서는 예수님께서 직접 어린 양이 되셔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십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해방하시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의 파스카는 단지 한 민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한 보편적인 구원이고, 또 단지 이 세상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는 참된 자유를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이것이 바로 성체성사의 중심, 미사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미사 때 그저 과거 사건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그분의 파스카, 곧 죽음과 부활의 신비 안에 실제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지치고 힘든 사람은 모두 오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셨습니다. 눈먼 이는 뜨게 해 주셨고, 듣지 못하는 이는 듣게 해 주셨고, 나병 환자는 깨끗하게 해 주셨습니다. 돌아온 아들은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는 목자의 헌신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영적으로 목마른 이들에게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주셨습니다. 율법과 안식일은 지켜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계명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내재한 악한 습성을 고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분쟁과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율법과 계명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입니다. 지금 굶주린 사람에게 일하지 않았던 게으름을 탓하기 전에 먹을 것을 주는 것입니다. 지금 헐벗은 사람에게 부모의 말을 듣지 않았던 어리석음을 탓하기 전에 입을 것을 주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안식일에 대한 예수님의 해석을 들었습니다. 법과 원칙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합니다. 법과 원칙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것만 잘 지켜져도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모든 이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또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모든 법과 원칙은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하십니다. 나에게는 엄격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관대한 법 적용을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인 것은 더 많은 자비를 베풀고, 더 많이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예수님의 파스카 안에서 계속해서 새로워져야 합니다. 그래야 진리의 길을 잃은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고,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우리가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도 주님의 파스카에 참여하는 우리는 진리와 자비, 생명과 사랑 안에서 날마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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