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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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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7-18 조회수90 추천수2 반대(0)

서울 대교구 사제 모임을 잘 마쳤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미사가 중심에 있었고,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산행이 있었습니다. 함께 걸으면서 선배 사제들은 경험을 나누었고, 후배 사제들은 신선한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사하고 고마운 것은 본당 교우분들의 헌신과 수고였습니다. 형제님들은 차량 봉사를 해 주었고, 자매님들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 주셨듯이, 자매님들은 매일 더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매일 미사에 많은 교우분이 함께 해 주시면서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었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천사를 따뜻하게 맞이해서 100세의 나이에 아들을 얻었듯이, 사제들을 환대해 준 본당 공동체에도 하느님께서 축복을 주시기를 청하였습니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실감했던 교구 사제 모임이었습니다. 본당 신부님은 같은 본당 출신이었고, 초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본당 수녀님은 제가 신학생 때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친구는 사제가 되었고, 교리를 가르쳤던 학생은 수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40년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태초부터 마련해 주신 하느님의 뜻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구약의 사건이 신약의 예수님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모습을 복음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보아라, 내가 선택한 나의 종, 내가 사랑하는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내 영을 주리니 그는 민족들에게 올바름을 선포하리라. 그는 다투지도 않고 소리치지도 않으리니 거리에서 아무도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하리라.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의 아픔을 아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누룩 없는 빵을 먹으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와 죽음과 악의 유혹으로 방황하는 인간을 불쌍히 여기셔서 십자가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몸과 피를 내서 주셔서 우리에게 생명의 양식을 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태초부터 마련해 주신 은총입니다.

 

이사야의 예언에서 등장하는 부러진 갈대연기 나는 심지는 고장나고, 꺼질 듯한 존재를 의미합니다. 연약하고, 깨어지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곧 우리 시대의 소외된 이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자주 경쟁과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합니다. 실패한 이들, 늦은 이들, 상처 입은 이들은 자주 도태되고 외면당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사람들을 절대로 꺾지 않으십니다. 도리어 그 안에 있는 생명의 불씨를 지켜 주십니다. 희망은 언제나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고, 하느님의 은총은 가장 연약한 자리에서 자라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방식이며, 우리가 닮아가야 할 사랑의 방식입니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 이 단순한 말이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은 매우 큽니다. 착하게 산다는 것은 단지 법 없이 산다는 뜻이 아닙니다. 남의 약점을 꺾지 않고, 내 마음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며,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착함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 시대는 지나치게 성과 지향적이고 피로사회에 빠져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예수님의 가르침이 중요합니다. “소리 지르지 않고, 다투지 않고, 그저 진리를 걷는 조용한 길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이집트 탈출의 마지막 밤, 하느님께서 친히 밤을 새우셨다고 합니다. “그날 밤, 주님께서 그들을 이집트에서 인도하시려고 밤을 새우셨으므로하느님은 밤을 새우시며 고통받는 이들을 지켜보시고, 그들을 인도하십니다. 이 밤은 단지 과거의 한순간이 아니라, 지금도 고통의 밤을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 머무시는 하느님의 현재입니다. 그리고 그 섭리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놀라운 재회를 맞이합니다. 친구였던 이가 사제가 되고, 가르치던 아이가 수도자가 되는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 삶의 인도자이십니다. 우리는 그분의 짜임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우리 삶의 여정에서 착하게 산다라는 것,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살리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것은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느님의 시선으로 사는 삶입니다. 기도와 헌신으로 함께 해 주신 교우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는 올바름을 승리로 이끌 때까지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연기 나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니 민족들이 그의 이름에 희망을 걸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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