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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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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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7-23 | 조회수112 | 추천수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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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간 수요일] 마태 13,1-9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군중들에게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그 비유에 등장하는 농부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씨앗을 뿌립니다. 그래서 씨앗이 잘 가꾸어진 좋은 땅 뿐만 아니라 가시덤불 속, 흙이 많지 않은 돌밭, 심지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까지 뿌려지지요. 이처럼 땅의 상태를 가리지 않고 씨를 뿌리는 농부의 모습은 우리를 차별 없이 사랑하시어 모두가 구원받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자비, 그리고 그분을 믿고 따르기만 하면 누구나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구원의 보편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똑같이 좋은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의 소출을 거두었다는 점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그분 뜻을 얼마나 충실히 실천했는가 하는 노력의 정도에 따라 종말의 순간 거두게 될 소출의 양이, 즉 하느님 나라에서 누리게 될 기쁨과 행복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주지요.
오늘 복음 속 비유는 연간 강수량이 적고 비가 늦게 오는 이스라엘의 기후 특성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농부는 우리나라에서 하듯이 먼저 땅을 잘 고르고 충분히 준비를 한 뒤에 씨앗을 심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딱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비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다가는 파종시기를 놓쳐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단 씨를 골고루 뿌려두었다가 뒤늦게 비가 내리면 그 때 흙을 뒤엎어줌으로써 씨앗이 흙 아래로 들어가게 만듭니다. 즉, 밭을 잘 가꾸는건 씨앗을 뿌린 다음에 하는 일인 겁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하느님께서 말씀의 씨앗을 우리 마음에 뿌리시는 과정과 비슷하지요.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이 좋은 땅인지 아닌지를 가리지 않고 말씀의 씨앗을 뿌리십니다. 땅을 가리지 않으시는 건 당신께서 ‘보시니 참 좋게’ 창조하신 우리를 믿으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마음이 그분 말씀이 열매 맺기에 좋은 땅인지 아닌지는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뿌려주신 말씀의 씨앗을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한 채 그것을 내게 주신 의미를 곱씹으며 삶 속에서 실천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씨앗은 싹이 터서 자라지요.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내 마음에 말씀의 씨앗을 뿌려주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씨앗에는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미리 계획하신 놀라운 가능성이 숨어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 씨앗을 심어주신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서 심어주신 그 씨앗을 소중히 여기며 그 씨앗이 이끄는대로 실행하면, 길바닥이라는 무관심도, 돌밭이라는 안일함도, 가시덤불이라는 탐욕도 내 안에 ‘하느님 나라’라는 열매가 맺히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그 믿음으로 하루 하루를 하느님 뜻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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