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9 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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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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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8-09 | 조회수131 | 추천수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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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워스 신부님과 뉴욕엘 다녀왔습니다. 뉴욕의 신부님들과 저녁 식사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포트워스 신부님은 뉴욕의 신부님들을 처음 보았고, 저는 뉴욕의 신부님들과 5년을 함께 지냈습니다. 저는 뉴욕에 있으면서 신부님들과 많은 추억과 기억을 만들었습니다. 추억을 만들게 된 이유는 제가 사람을 좋아해서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3년을 함께 지냈기 때문입니다. ‘눈물 젖은 빵을 함께 먹어본 사람’은 같은 고통과 아픔을 견디었기에 친밀해질 수 있듯이 우리는 3년 동안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신문홍보를 다닐 수 없었던 저는 시간이 있었고, 성당 문을 닫아야 했던 신부님들도 시간이 있었습니다. 집에 머물기가 무료했던 신부님들은 자연을 찾아 캠핑하러 다녔습니다. 우리는 캠핑 장비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신부님의 소개로 자전거를 마련해서 함께 다녔습니다. 그렇게 3년을 함께 했던 신부님들은 성지순례도 함께 갔고, 여행도 함께 다녔습니다. 포트워스 신부님을 배려해서 이야기하였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다시금 우리의 추억과 기억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람은 결국, 기억과 추억으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추억을 기록한 책이고, 예수님과 제자들의 기억을 담은 복음입니다. 교회의 교리와 전통, 성사와 전례 모두 그 기억을 나누고 이어가는 행위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신앙의 원초적인 기억을 상기시킵니다. “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고 순종하였고, 시험을 받을 때 이사악을 바쳤습니다.” 그 믿음은 단순한 추상적 동의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기꺼이 ‘순종’한 삶의 기억입니다. 저는 지금 달라스에서 새로운 신앙의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작년 2월부터 7월까지 이어진 창고 공사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형제님들과 함께 땀 흘리며 작업했습니다. 공사 현장은 고되고 더웠지만, 그 안에서 저는 보물 같은 형제님들을 만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는 밭에 묻힌 보물과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저는 본당에서 귀한 인연을 얻고 있습니다. 지금 그 형제님들은 사목 위원이 되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세계 평화를 위한 걷기 대회가 있었습니다. 한 형제님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종식을 위한 걷기 대회를 제안했습니다. 평소 걷는 걸 좋아하는 저는 제가 늘 다니던 공원 길을 소개했습니다.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걷기 대회가 있었고, 300명이 넘는 분이 함께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말씀 카드를 나누어 주었고, 반환점을 돌면서 확인 도장을 찍어 주었습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우리 신앙도 작은 실천 속에서 깊어지고, 그렇게 기억이 되어 우리 안에 자리 잡습니다. 교회의 원초적인 기억은 무엇일까요? 저는 성 목요일 밤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하셨던 ‘최후의 만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억은 ‘성체성사’가 되었고 오늘 우리가 함께 봉헌하는 ‘미사’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교회는 예수님의 이 말씀에 이렇게 응답합니다. “신앙의 신비여!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우리는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굳게 믿나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어떤 이가 깨어 있는 사람일까요? 주님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 아브라함처럼 부르심에 순종한 사람, 사마리아 사람처럼 자비를 실천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사람입니다.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은총을 기억하며 이웃과 나눌 때, 우리의 마음도 하늘에 닿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도 아브라함이 지녔던 것과 같은 믿음을 주시어, 이 땅에서 나그네처럼 살지만, 늘 깨어 기다리는 신앙의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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