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불을 지르러 오신 예수님 | |||
---|---|---|---|---|
이전글 | 마음을 열어야만 알아듣는 말. | |||
다음글 | 가시박힌 눈동자 | |||
작성자최대식 | 작성일1998-10-22 | 조회수6,721 | 추천수8 | 반대(0) |
오늘 복음을 글자 그대로 듣고보면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이건 기쁜소식이 아니라 무서운 소식이다! - 이렇게...
그러나 이미 우리의 삶 안에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분열의 모습이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식이라고 오냐저냐 예쁘게 키워놨더니, 이젠 지가 컸다고 부모 말씀 안듣고 지 멋대로 하고, 자식은 부모더러 나이가 드니 잔소리만 늘어나는게 노망드나보다고 일찍 집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
사랑과 신뢰로 결합하여 한 가정을 이루었던 부부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과 믿음은 식어버리고 그저 한 집안에서 잠을 자야 하니까 잠만 자고 아내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이 술로 채워져 집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애틋한 마음으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어느새 깃든 미움으로 바가지만 긁어 대고 남편은 이것이 싫어 전쟁 후에 또 술판을 벌인다. 신성한 혼인의 선물로 주어진 자식들은 은근슬쩍 부모 싸움에 마음상하고 끼이기 싫어 집을 나가버린다.
"이제 이분이 너의 어머니이고 너의 아버지이다"가 되어야 할 시부모님이 "내가 네 부모인줄 아니?"라고 귀신 행세하고, "당신 정말 내 부모 맞아?"라며 남보다 더 못하게 보니, 역사 깊은 고부간의 갈등은 아직도 해결점이 없다.
우리가 다만 상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가정이 이러한 모습으로 평화를 잃어버렸다.
얼핏 예수님이 불을 지르셨구나! 다 예수님 탓이야! 라고 말할 수 있을런지 모른다. 또 사실 예수님은 불을 지르셨고...,
그러나 좀더 깊이 살펴보면 이러한 문제들은 알게 모르게 내게 습관이 되어버린 삶의 태도가 누적되어 만들어놓은 문제인 것이다.
흐르는 물은 고이면 썩게 마련이다. 인생은 시간이라는 흐름을 타고 흘러가야 하는데 습관이라는 것은 어제나 오늘이나 별반 차이없이 똑같게 만들어버림으로써 내 삶을 고여있 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니 우리의 삶이 새로울 것 없이 고여 썩은 냄새만 피우는 것이다.
불을 지르러 오신 예수님은 진정한 평화와 사랑을 주시는 분이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나날이 새롭게 창조할 수 있고, 새롭게 변화될 수 있는 날들을 선물로 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이 어제와 똑같은 습관의 삶을 살면서 오늘을 어제처럼 만들어버린다.
그러니 우리의 삶의 지루하고 똑같고 새로울 것이 없다. 모두가 나를 대단한 기준으로 삼아 살아가는 오늘 이제는 조금씩 나에게 습관된 것을 끊어버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모든 결론을 내리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조차 나누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여지껏 우리가 살아온 모습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만 편하게 살고자 했던 습관이 아니었던가. "내가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시며 함께 사시고자 하는 예수님을 외면한 채 나 혼자만 애쓰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제대로 계획하고 알지 못한채 뛰어들면 헛된 수고만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진정 나약한 인간 자신의 모습을 깊이있게 성찰하고 고백함으로써 하느님의 은총을 구하지 못한채, 고집스럽게 자신의 삶만을 주장하는 사람, 스스로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혼자만의 생각이 바로 교만이고 아집이고 죄악인 것이다.
오늘을 꾸미는 나의 생활에 대한 느낌이 어떠한가? 새로울 것 없이 또다시 어제와 별반 차이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를 하느님 앞에 드러내 놓고 좀 더 깊이 있게 성찰해 보라.
내 마음에 불을 놓아라! 어제라는 시간 속에 멈추어 서 있는 내 마음에 불을 놓아라!
타고난 재더미 속에 모든 것을 잃은 것 같겠지만 바로 거기에 새로운 생명의 싹을 주님께서 튀으시리라.
불광동성당 망내둥이 신부 최대식 요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