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 |||
---|---|---|---|---|
이전글 | 신앙을 돌이켜보기 | |||
다음글 | 11월 14일 묵상 | |||
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8-11-13 | 조회수6,080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오늘 청계천 시장을 지나오는데 불이 났더군요. 또 많은 사람 상처받을 일이 생겼습니다. 그 정경을 보면서 삼십 여년 전에 온 청계천을 불사르던 불길을 떠올려 봅니다. 너도 나도 살기가 팍팍한 시절, 잔업과 철야, 상습적인 임금 체불, 빈번한 산업재해, 폭력이 너무나도 당연한 시절, 그 시절을 외면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몸에 불을 그었던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의 아들이 오는 날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고통속에서 오는 존재, 사람의 아들. "누구든지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 예수님은 목숨을 잃는 용기로 영원한 삶을 사셨습니다. 서른 세 살의 젊은 죽음으로 그 분은 부활에 이르는 영광을 누리시게 되었죠. 에수님의 죽음은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으로 남는 죽음이었으므로 일반 사람의 허무한 죽음과는 달랐죠.
어린 여공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기 위해 차비로 풀빵을 사서 자신은 걸어가던 한 청년, 짧은 지식으로 근로기준법 책을 읽고 분노하던 청년, 소설을 쓰고 싶어 하던 청년, 자신의 몸에 휘발유와 시너를 붓고 근로기준법 법전과 함께 타버린 아름다운 청년.
그의 죽음은 비록 처참했지만 삼십 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 사람의 죽음으로 세상은 아주 조금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끝없이 이 시대에서 빛을 발하듯이 그 청년의 죽음도 끝없는 빛을 발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름다운 청년의 유연 "나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그 말이 오늘 가슴을 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