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울 가로수를 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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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8-11-15 | 조회수5,769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서울 가로수를 보세요.
서울에는 이제서야 낙엽이 본격적으로 지는 듯 합니다. 거리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이 들어 흐드러지게 내려 앉더군요. 그런데 그 은행나무들.....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워낙 팍팍한 시절이라서 단풍구경 다녀오신 분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올해 저는 기회가 닿는 바람에 단풍구경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오늘 출근을 하다가 바라본 거리의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 먼저 드는 생각은...... '칙칙하다' 이 느낌이었습니다. 몇 주전에 본 낙엽과 단풍들은 눈이 부실 정도로 자신의 색깔을 갖고 있는데, 이 녀석들은 새노랗기는커녕 매연에 찌들어 예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가 않더군요.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올 때의 시련과 마지막 구절은 이렇습니,다. '참고 견디면 생명을 얻을 것이다."
오늘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오늘 제가 비웃었던 서울 거리의 은행나무를 생각했습니다. 팔자가 박복해도 그렇지 시골도 아니고, 경치 좋은 지리산이나 내장산도 아니고 고작 살아가는 곳이 매캐한 도시의 차도 옆이라니요. 자신의 모습에 감탄하는 사람도 없고, 떨어지면 지체없이 청소부 아저씨의 빗자루에 쓸려 가버리는 삶.
그러나 오늘 깨닫습니다. 그들의 생명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이 세상의 모든 나무들중에서 어쩌면 참 생명을 얻고 있는 것은 서울의 가로수들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매연을 참지않고 받아 들이고, 그 어려운 과정을 뚫고 또다시 봄에 싹을 틔우는 서울의 가로수들.
더러운 도시에서 참고 견디는 서울의 가로수의 생을 통해 그 분의 의지를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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