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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맹인 안내견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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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은정 쪽지 캡슐 작성일1998-12-04 조회수6,413 추천수7 반대(0) 신고

 

 맹인 안내견을 환영합니다.

 

 며칠 전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정차하는 순간에 옆 버스를 보게 됐습니다. 그 버스에는 이런 스티커가 붙여져 있더군요.

"맹인 안내견을 환영합니다."

아마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들이 버스에서 승차 거부를 당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런 문구를 보니, 당사자가 아닌 제가 행복해 지더군요.

 어렸을 때, 교회를 나가는 친구들이 예수님의 자비함을 설명 할 때, 늘 하던 이야기는 장님이나 문둥병자 등을 치유하신 분이라고, 예수님을 믿으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나가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믿기만 하면 그런 치유의 기적이 생긴다고는 하는데 왜 이세상에는 장님도 많고, 아픈 사람도 많은지 이해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제안을 번번이 거절 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두 사람의 소경을 눈을 뜨게 해 주십니다. 신통하게도 예수님은 아픈 사람들을 아무런 고통없이 고쳐 주시는 비유가 성서에는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것이 늘 궁금했었죠. 이게 사실일까, 하는 의심이요.

 

 하지만, 예수님이 하셨던 것은 소경의 눈을 뜨이게 해주는 기적행위 뿐 아니라, 그들을 믿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부탁에도 아랑곳 없이 예수님의 소문을 지방에 알리죠. 물론 눈이 뜨인 기쁨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제 그들은 믿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삶을 따르겠다는 결심도 함께 맹세 한 것이리라 봅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현대 사회에서 바라야 하는 기적은, 치료는 무엇이겠는가에 대한 생각이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바라겠죠. 예수님이 짠하고 나타나셔서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요.

 하지만 저는 오늘 버스의 스티커를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저것이 치유일 수 있겠다는 것이요. 눈만 뜨는 그런 치유를 넘어서 그 장애인과 안내견을 뜨악하게 바라 본 우리의 눈을 치료 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세상의 많은 소경, 앉은뱅이, 문둥병자, 마귀들린 자와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치유와 기적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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