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체성혈대축일]나눔의 삶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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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6-05 | 조회수3,815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중단 없는 나눔의 삶, 성체와 성혈> 신명 8,2-3.14b-16b; 1고린 10,16-17; 요한 6,51-58
1. 주님의 몸과 피는 과연 우리들에게 있어서 무엇인가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오늘은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들 영생의 음식으로 나누어주신 예수님의 높고 깊은 뜻을 기리며, 주님을 믿는 우리 들도 그와 같은 나눔의 삶을 살겠다는 고백과 다짐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예수님 께서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누어주겠다고 말씀하신 그 날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 살을 먹으라고 내어 줄 수 있단 말인가?"(요한 6,52) 라고 하면서 따지고 싸웠지만, 그날 이후로 이천 년에서 이 백 팔 일이 빠지는 오늘, 1999년의 6월6 일까지도 예수님은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들에게 변함없이 나눠주고 계십니다. 또한 우리들은 그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시기 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잘못 살았던 과거를 반성하고, 영성체로써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과연 주님의 몸은 무엇이기에 이처럼 우리 신앙인들의 생활 전체를 감 싸 안으며 우리가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고 있는 것 일까요?
2. 나에게 다가온 기회를 활용해야 …
사제가 된 후 첫 번째 본당을 떠나오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불우 이웃을 위한 특별 모금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북한의 식량 문제로 인해 굶어 죽는 아이들도 생각했었고, 아프리카에서 영양 실조로 죽어 가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주자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금했던 13만 6천 원 을 국제 유니세프에 보냈습니다. 그 이후로 유니세프에서는 일정 기간마다 한 번 씩 후원회 지로를 보내오고 있는데, 거기에는 회원들이 내는 후원금으로 아이들 을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도와줄 수 있는가에 대한 안내문이 함께 들어 있었습니 다. 월 3천 원이면 북한 어린이 10명에게 일주일 동안 식량을 공급할 수 있고, 월 5천 원이면 아프리카 난민 어린이 100명에게 예방주사를 맞힐 수가 있고, 월 만 원이면 추위에 떠는 아이 한 명에게 담요 한 장을 줄 수 있다는 구체적인 도 움의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단순히 일회성 모금을 했던 것이었 지만, 많은 사람들의 작은 참여로 지구촌 곳곳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어린이들 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때때로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 앞에서 구걸을 하며 구부리고 앉아 있는 사람 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한 때는 '하루 정인 저렇게 어려운 자세로 구걸하느니 차라리 그 정신으로 새 삶을 찾아보겠다'는 생각 때문에 무심코 지나갔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다른 사람들은 일부러도 도와주는데 나에게 자연스럽게 이웃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것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변해갔습니다. 제게 있어서 이런 기회들이 세상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바 라보기 시작했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 성체의 기적을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람들
6월4일자 모 일간지 문화면에는 빵을 구걸하는 대형 사진과 함께 [놀부 나라가 부끄럽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었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한국인들이 국제 구호 활동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경제력에 비해선 그 참여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었 습니다. 또한 많은 비정부기구 사람들이 구호활동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사진을 찌고 생색을 내는 데에만 관심을 쏟아서 정작 순수한 마음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 들로부터 의심을 사는 경우도 많다고 했습니다.
한국 기아 대책기구 사무국장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지난 94년 처음 의료 단을 이끌고 르완다의 고마지역에 들어갔을 때입니다. 텐트를 치고 의료활동을 하려고 하니까 난민촌을 관리하고 있던 유엔고등판무관실이 자리를 내주지 않더 군요. 많은 비정부기구(NGO)들이 와서 활동을 하는 척하다가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도 같은 부류가 아니냐는 거에요. 그래서 그 사람들 관할권 밖에서 천막을 치고 한 달여 동안 활동했는데, 그들이 수시로 와서 지켜보다 가 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지 난민촌 안에서의 활동을 인정했습니다. 그때 친해진 서구의 비정부기구 친구들이 나중에야 본심을 털어놓는 거예요. '왜 이제야 왔느 냐, 너희 나라는 돈도 많다고 들었는데…' 얼굴이 화끈해졌습니다.]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작지만 분명한 신념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들의 말을 들어볼까요? [혹시 나한테 도움 받은 어린이 가운데 넬슨 만델라가 나 오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에티오피아의 빈민가에서 1년6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한 김상옥씨), [내가 책 한 권을 써서 받은 인세 1만 달러(약 1200만원)면 방글 라데시에 있는 그 도시의 전체 시민 모두에게 예방주사를 놓아줄 수 있다는 거예 요!](제3세계 빈민을 돕기 위해 활동하는 탤런트 김혜자씨).
이런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들려주는 말이 있습니다. [베이 징에서 일어난 나비의 보잘것없는 날갯짓이 태평양 너머 샌프란시스코에서 폭풍 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른바 [버터플라이 효과]라는 것입니 다. 해외 봉사활동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은 누구보다도 그 말을 진실하게 믿는 다고 합니다. 내가 한끼 굶고 낸 4천 원의 작은 정성이 지구를 반바퀴 돌아 아프 리카 남아메리카에서 수십 수백 명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효과를 거둔다는 것 을 가슴 깊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4. 성체와 성혈의 신비는 중단 없는 나눔의 삶에서 찾아야
[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내어 줄 수 있단 말인가?](요 한 6,52) 하며 서로 따졌던 사람들, 그들을 향해서 예수님께서는 "정말 잘 들어 두시오. 만일 여러분이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여러분 안 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입니다](요한 6,53)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안에서 잘 잘못을 찾으려 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조상들처럼 자기의 뱃속 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했던 반면, 오 천명을 먹이신 기적에서처럼 내 손에 들려 있는 마른 빵과 작은 물고기를 나누려는 사람들 속에서 희망과 생명이 흘러 넘쳤 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한 번을 나누었던 사람들은, 빵은 점점 작아지지만 사랑은 점점 커져간 다는 사실, 나의 빵은 줄어들지만 빵을 나누려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난다는 사 실, 내가 가진 것은 적어지지만 사랑을 나누려는 마음은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 속에서 기쁨을 찾고 행복을 찾게 되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자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는 그리스도 의 성체와 성혈의 신비는 바로, 자신에게 다가온 생명을 끊임없이 나눠주는 우리 들의 행동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감사를 드리면서 그 축복의 잔을 마시는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피를 나누어 마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또 우리가 그 빵을 떼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 을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빵은 하나이고 우리 모두가 그 한 덩어리의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니 비록 우리가 여럿이지만 모두 한 몸인 것입니다](1 고린 10,16-17).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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