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베드로의 뉘우침과 유다의 후회 - 최인호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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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서울대교구 | 작성일1999-06-10 | 조회수5,214 | 추천수7 | 반대(0) | |||
[연중11주 : 서울주보]베드로의 뉘우침과 유다의 후회
베드로는 정열적이고 힘센 어부출신인데 유다는 세리였던 마태오를 제치고 회계를 맡아보던 머리 좋고 유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뭐니뭐니해도 두 사람의 공통점은 주님을 배신했던 점일 것입니다. 베드로는 세 번이나 주님을 모른다고 부인했던 배신자이고 유다는 주님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 넘긴 배반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두 사람의 운명을 극과 극으로 갈라놓았을까요? 그것은 주님을 배반한 직후에 보인 행동에서 비롯됩니다. 베드로는 주님을 모른다고 한 후 주님과 눈을 마주친 다음 "밖으로 나가 슬피 울며"(루가 22,62) 자신의 행동을 뉘우쳤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내가 죄없는 사람을 배반하였으니 나는 죄인입니다"(마태 27,4)라며 죄의식을 느끼고 후회는 하였지만 결코 회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베드로는 죄를 뉘우침으로써 용서받을 수 있었지만 유다는 자신의 죄를 후회는 하였으나 회개하지 못했으므로 끝내 용서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베드로가 자신의 죄를 뉘우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주님을 등지지 않고 항상 주님 곁에 머물며 주님을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다는 주님을 배반함과 동시에 주님을 등지고 떠나 멀어져갔던 것입니다.
이를 요한은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유다는 곧 밖으로 나갔다. 때는 밤이었다"(요한 13,30).
베드로와 유다는 똑같이 밖으로 나갔으나 한사람은 슬피 울었고, 한 사람은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던 것입니다. 베드로와 유다의 결정적인 차이는 이처럼 주님을 '마주봄'과 주님을 '등지고 떠남'에 있습니다. 죄인인 우리들이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베드로처럼 주님을 향해 몸을 돌려 그를 마주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죄인인 우리들이 유다처럼 주님을 등지고 캄캄한 밤 어둠 속에 머물러있을 때 우리 죄는 죄책감인 '피의 밭' 속에 그대로 묻혀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뉘우침은 우리가 선 그 자리에서 주님께로 '뒤로 돌앗!' 하고 마주보는 자세를 취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며, 회개야말로 배신자 베드로를 으뜸제자로 만든 원동력인 것입니다.
최인호 베드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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