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공동체의 믿음]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7월4일 독서 복음묵상 | |||
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6-30 | 조회수2,928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공동체의 믿음> 창세 22,1-19; 마태 9,1-8
미사 경문 가운데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저희 죄를 헤아리지 마시고 교회 (공동체)의 믿음을 보시어, 주님의 뜻대로 교회를 평화롭게 하시고 하나 되 게 하소서]. 비록 개개인의 잘못이 그를 단죄해야 할만큼 크다 할지라도 잘못한 개개인의 허물보다는 교회 공동체가 주님 앞에서 잘못을 용서하며 청하는 믿음을 보시고 개인의 허물까지도 용서해 주십시오 라는 공동체의 기도입니다. 걱정은 나누면 작아지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된다는 말처럼 우리들이 공동체의 일에 참여 함으로써 얻어지는 개인의 성숙과 공동체와의 일치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 는 소중한 보물이라고 생각됩니다.
공동체의 모습이 성숙한 곳은 아무래도 각 집안의 사정을 소상히 알 수 있는 작은 공동체에서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도회지의 성당보다는 시골 성당 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심지어는 어느 집에 수저가 몇 개씩 있는지조차 다 안다 는 말이 나왔을 것입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가끔 마을에 있는 성당으로 대축일 미사를 드리러 다니곤 했습니다. 보통 부활 대축일이나 성탄 대축일 즈음해서 신 자들이 공동으로 축제 준비를 하게 됩니다. 떡도 만들고 돼지를 잡아서 얼큰한 국물도 내고, 따뜻한 잔치 국수도 말아서 한바탕 잔치가 벌어집니다. 음식을 나 눈 다음에는 조를 짜서 배구며 족구를 하고, 마지막에는 흥겨운 풍물로 마무리를 하곤 했었는데, 군인이라고 해서 소외되거나 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들이 늘 감 사하는 마음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말 그대로 집안의 대소사 가 마치 성당 공동체의 일인 것처럼 서로를 아끼고 마음을 나누는 정이 깊숙이 배어나게 마련이었습니다.
복음을 보면 중풍병자 한 사람을 담요에 싣고 장정 네 사람이 예수님을 찾아옵 니다. 중풍병자는 아마도 걸음을 옮길 수조차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모양입 니다. 그렇지만 자신을 운반하는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은 채 다만 침묵 속에서 주님께 대한 믿음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병자를 옮긴 사람들은 병자와 친한 친구이거나 친척이거나 그도 저도 아니라면 한 동네 사는 친지일 것입니다. 적어도 주님을 믿는 마음에서만큼은 하나가 될 수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을 헤치 고 자신들의 믿음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네 죄는 용서받았다'] 라고 말씀하십니 다. 유다인들은 깊은 병이 생기는 이유가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 때문이라고 생각 해 왔기에 예수님의 이 한 말씀은 결국 [내가 너희의 죄를 용서해주겠다]는 분명 한 선포로 들려졌을 것입니다. 주님을 향한 마음으로부터 멀어져서 자기 멋대로 의 삶을 살던 사람들에게 다시금 그 모든 잘못들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인생을 온전히 바꿀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은총 의 체험이 될 수 있었습니다. 병자를 들고 왔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 던 모든 사람들도 그들 공동체의 믿음이 가져온 놀라운 결과에 탄복하면서 하느 님 아버지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들에게는 어떠한 시련에도 무너지지 않는 굳건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러 나 때때로 우리들의 믿음은 마치고 모래로 쌓아올린 성처럼 한 순간 붕괴의 위험 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나 개개의 믿음은 약할지라도 그들을 보호하기 지켜주고 키워주는 든든한 공동체가 함께하는 한 여하한 약골도 성장할 수밖에 없을 것입 니다.
사람의 죄를 용서하시고, 공동체의 믿음 안에서 우리를 길러 주시는 하느님 아 버지께 감사를 드리며, 오늘도 우리와 함께 머물러주실 주님을 우리들 인생의 동 반자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