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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성시간 묵상 - 연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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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7-01 조회수3,804 추천수2 반대(0) 신고

                            '99년 7월 성시간 강론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새 달 7월을 맞이해서 주님의 성체를 모시고 거룩한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에 우리는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놓고 우리를 사랑하기를 원하셨던

 예수님의 성심을 기억하며, 주님 앞에서 부끄럽고 부족하게 생활했던 잘못들을 용서 청하고

              새로운 미음으로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도록 합시다

 

                              루가 11,37-44

 

[우리는 이 세상에서 위대한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위대한 사랑을 갖고

작은 일들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 생전에 하셨던 말씀

가운데 하나입니다.

 

복음을 읽어보면 예수님께서는 성서 여러 곳에서 하느님을 충실하게 사랑하고

사람들도 그와 같은 정신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하셨음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보여 주신 사랑은, 지금 우리들 앞에 원형의 작

은 빵 모양으로 보여지듯이, 당신의 몸을 우리들에게 양식으로 내놓으실 수 있을

만큼 가장 깊고 가장 높은 사랑의 절정이었습니다.

 

세상에서 어느 누가 스스로 자신의 살을 자르고 피를 따라서 다른 사람이 살아

갈 양식으로 내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조

금이라도 유지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동물의 고기를 먹고, 짐승의 피를 달게

마시기는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위해서 그와 같은 일을 했다는 것은 굶주림에

지친 시어머니를 위해 며느리가 그렇게 했다는 옛 효부의 이야기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며느리도 생명을 바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들이 들었던 루가 복음 11장 37절부터 44절까지의 말씀 가운데, 특히 [너

희는 박하와 운향과 모든 푸성귀는 십분의 일을 바치면서 정의와 하느님 사랑은

제쳐놓는구나. 그런 것들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지만 이런 것들도 실천해야 했을

것이다] 라는 주님의 경고 말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씀은 분

명 올바른 정신에서 비롯되는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시는 말씀이라고 이해됩니다.

신앙 생활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오늘과 같은 주님의 경고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추스려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도 궁금해집니다. 우리들

은 혹시 [마음만은 주님을 사랑하고 정의를 실천해야 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

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는 사람은 아니었는지요?

우리들은 혹시 [내가 가진 것은 돈이며, 시간이며, 노력이라고 말하면서 기꺼이

나눠주기는 하지만 사랑의 정신은 결여된 반쪽만의 삶]을 살아오고 있는 것은 아

니었는지요?

 

쉽게 빠져들게 되지만 쉽게 빠져 나올 수 없는 이와 같은 [언행의 괴리] 속에

서도 스스로를 위로하며 지낼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지니고 있는 맹점이라고 생각

됩니다. 바로 이런 속성들이 우리로 하여금, 사람들 앞에서는 뻐기고 의시대는

행동을 하면서도 정작 알맹이는 빠져 있는 허황된 명예를 추구하게 만들고, 이런

속성들이 눈앞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타인의 재산과 명예와 생명쯤은 가볍게 여

기는 소위 경시 풍조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연민을 길러나가는 것만큼 정신적인 균

형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 연민을 가리켜서 예수님

께서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연민은 자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상상해 보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사람에 대해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느낀 사랑을 실천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지요.

 

이것은 다른 사람들 겪게되는 여러 가지 문제와 고통, 그리고 좌절이 우리 자

신의 것만큼이나 실제적이며, 때로는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봐라]는 요청을 자주 듣게 되지만, 정작 자신이 직접적

인 이해 관계에 놓일 경우에만 그렇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가리켜서 연민이라

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우리는 스스

로를 개방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키워갈 수 있게 됩니다.

 

연민은 연습을 통해서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연민 속에는 두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을 향해서 자신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곧 의도와 지향을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

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로는 마음먹었던 지향대로 구체적인 실천을 해나가는 일

입니다. 이런 뜻에서 예수님께서도 복음 안에서 [(사랑의) 정신과 실천]이 분명

히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의 문제로부터 다른 사람의 문제로 우리의 관심을 확장해

나가게 됩니다. 이런 정신에서부터 시작된다면, 마음에서 우러나서 정기적으로

돈을 기부할 수도 있고, 시간을 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아니면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보내거나 인사를

건네는 일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하느냐의 일의 종류가 중요한 것

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데레사 수녀님이 말씀하셨다는 내용, 곧 [우리는 이 세상에서 위

대한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위대한 사랑을 갖고 작은 일들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하신 말씀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작고 사소한 일임을 깨닫고, 또한 그것이 바로 나의 일임을 알게 될 때, 한때는

스스로에게 대단한 일처럼 여겨져서 이웃에게 화를 내고, 그들을 못살게 굴고,

여러 가지 좋지 않은 표현을 통해서 서로를 마음 아프게 했던 지난 일들을 진심

으로 반성할 수 있게 되고, 앞으로는 하느님을 위해서,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

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들을 하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하찮은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와주시고, 길러 주시는 분이 바로 주님이심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고, 주님께서 그렇게 하시듯 우리들도 형제들에게 같은 관심

을 갖음으로써 그들 자신 한 사람 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사랑 받고 있음을 깨달

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올바른 지향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우리 신앙인들이 믿음 안에서 행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셨습

니다. 매번 훌륭한 결심을 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거나, 실천에 옮기려다가도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은 주님께 배운 사랑을 믿고, 믿는 바를 실제로 행동에 옮

기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성시간을 지내면서 극도의

고통 속에서도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 땅위에서 이루어지고, 사람들을 구

원하고자 사랑의 마음을 불태우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면서, 주님을 담을 내 자신

의 그릇의 겉과 속을 깨끗하고 거룩하게 준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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