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믿음에로의 인생 여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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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7-05 | 조회수3,062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믿음에로의 인생 여정> 창세 28,10-22ㄱ; 마태 9,18-26
씨랜드에서 일어난 화재사건을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정부에서도, 지자체 에서도, 언론에서도, 여론까지도 이미 예견된 인재라는 사실에 대해서 이견이 없 습니다. 무려 열 아홉 명의 어린이들과 교사 네 명을 포함해서 모두 스물 세 명 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보도를 접하는 사람마다 어떻게 그 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고 했습니다. 아이를 잃고 통곡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인생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비명에 가야만 했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누이를 잃을 슬픔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인 정 말 오래된 얘깁니다. 어린 나이여서 인지 죽음에 대한 개념 정리가 되어 있지 않 았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누나가 보이지 않았고, 한없이 한숨 지며 울 음을 그치지 않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부모는 무덤에 묻지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처럼 정말 어머니께서는 누이를 가슴에 묻고 오랫동안,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를 잊지 못해했습니다.
성당에 다니시는 많은 어른들께서 저희 집을 찾아왔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기도하겠다고도 하고, 아이가 성당에서 천사의 인도를 받으며 천국으로 오르는 것을 보았다는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누이는 참 좋 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떤 어른들은 아이 때, 아직 철들지 않고, 아직 죄 를 모를 때 하느님 곁으로 간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며 어머니를 위로하기도 했습 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직접 당사자에게, 그가 신자여서 제가 만나야 했다면 무슨 위로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지만, 얼른 답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아이를 잃고 주님을 찾아왔던 회당장의 마음이 어떠했을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됩니다. 왜냐면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만큼 알 고 있는 저는 그것이 현재를 접어두고 떠나야하는 실재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 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기약도 없이, 아무런 확약도 없이 한 생을 마감해 야만 하는, 그것도 다가올 세계에 대한 아무런 약속도 없이 미지의 세계를 맞는 다는 것만으로도 공포와 전율을 느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자신의 생을 마감하고 세상에서의 하직을 고해야하는 주검 앞에서 늘 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죽어서 볼 수 없게 되었을지 라도 주님 안에서 다시금 만날 수 있는 희망이 있기에, 오늘 헤어지는 것은 영원 한 이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삶으로의 옮아감이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태어난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면서도, 우리들이 아쉬워하 는 것은 그가 오랫동안 살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이요, 그가 아직은 나이 어린 사람으로서 좀더 오랫동안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면 서 우리들 안에 머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일 뿐입니다.
그러나 인생이란 하루를 살던, 백세를 살던 그 길이의 장단을 그다지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들을 사랑하시고, 우리의 구원자이시 기에 주님께 마음을 다해서 의지할 수 있음, 바로 그것만으로도 우리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목적이 설명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한 번은 다시 죽어야만 하는 세상살이 가운데로 우리들을 초대하시는 주님의 목적은 바로 우리들이 살아내야만 하는 진솔한 삶, 어그러짐 없는 참된 삶이 우리들의 구원을 바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듣고, 읽고, 보는 모든 것은 바로 하느님을 향한 우리들의 믿음 키워나가기 위한 소재임을 알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모든 것 을 배려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우리들의 삶을 주님 안에서 꾸려나갈 수 있도록 매순간 주님을 기억하고, 주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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