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너희는 거저 받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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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7-07 | 조회수3,044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너희는 거저 받았다> 창세 44,18-21.23ㄴ-29; 45,1-5; 마태 10,7-15
요즘 백화점에서 세일을 할 때 보면 주어지는 경품들이 보통이 넘습니다. 지금 이 IMF 시대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대형 승용차로부터 시작해서 각 종 고가의 경품들이 주어집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번만큼은 공짜로 그 것을 타보기 위해서 세일 현장에 다녀가곤 합니다. 세일을 하는 사람들이나, 그 것을 사는 사람들이나 모두가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식으로 서로의 입장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은 우리들 삶의 단면일 것입니다.
백화점까지 가지 않고 동네 시장을 다녀봐도 행사 도우미를 청해서 홍보를 하 고 작은 경품이라도 걸려 있으면 엄마들은 너도나도 그 매장을 찾게 됩니다. 그 래서 오늘은 이 상점, 내일은 저 상점을 전전하면서 경품 모으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어떤 엄마들은 이런 얘기도 나눕니다. 요즘엔 공짜 수건 이 세 장이나 생겼어. 어디 가서 한 장, 또 어디 가서 한 장, 요즘은 참 사는 게 바빠!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공짜로 받은 것들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가 궁금해집니다. 모르긴 몰라도 각자 집으로 가져가서 장롱 속에, 서랍 속에 쌓아 둔 것들이 한 두 가지는 넘을 겁니다. 그리곤 일년씩 이년씩 그 위로 때가 쌓여 가겠지요.
그러나 어렵다는 요즘에도 집안에 먼지 하나 쌓이지 않게 남에게 퍼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 스스로를 큰손이라고 부르면서 무엇이 많이 생겨서가 아니라, 당연히 이웃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도 아무 것도 갖지 않고 태어난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다 채워주는데 뭐가 모자라다고 욕심을 내겠느냐며 오히 려 조금 더 잘 살 궁리를 하라는 제게 마음의 철학을 강의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 그들은 예수님께 사로잡히고 만 자신의 삶 전체를 그 대로 예수님을 위해서 내어놓은 사람들입니다. 병들어 고생하던 목숨을 살려주신 것에 감사하면서 목숨이 열이라도 모자랄 정도로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서 봉사하는 사람들, 정신이 아련할 정도로 극도의 고통을 이겨내고는 자신을 지 켜주신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정 때문에 자신처럼 고통 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 의 손길을 기꺼이 내미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 야 하는 자신의 손을 채워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거저 받은 삶을 기꺼이 봉헌 하는] 예수님을 닮은 사람들입니다.
남의 주머니까지 털어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려 하다가 결국엔 욕심 때문에 주머니가 터져서 온갖 비리와 욕심의 온상이었음이 드러나게 된 사람들의 얘기는 우리들의 좋은생각에 어둔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그렇다고 주님을 따르려는 사람 들의 깨끗한 마음을 더럽힐 수는 없습니다.
매일 같이 접하게 되는 슬픈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이 세상이 유지되는 것은 그나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걸고 투신하는 선의의 이웃 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도 그 선의의 이웃처럼 다른 사람들의 이웃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무엇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 을 나누고 정성을 나누고 싶은 순수한 동기에서 기꺼이 나를 내어줄 수 있는 선 의의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그런 사람들로 인해서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나도 하느님께 거저 받았으니, 다른 사람들과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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