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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울주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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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쪽지 캡슐 작성일1999-07-08 조회수3,259 추천수3 반대(0) 신고

 

[서울주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하느님의 뜻을 밝히는 데 심혈을 기울이셨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란 하느님의 영역에 속하는 말이기 때문에 인간의 제한된 언어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비유'로써 설명하셨다. 농업, 목축업, 어업, 상업 등 일상생활에서 따온 이야기로 비유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매우 자연스럽다.

 

예수께서는 파종이 실패한 경우를 세 가지로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에 씨앗이 떨어진 것으로 이야기하신 다음 파종이 성공한 경우를 말씀하신다. 어떤 씨앗 한 알이 뜻밖에 "좋은 땅"에 떨어져 잘 자라서 이듬해 성공한 경우를 짤막하게 말씀하신다. 어떤 것은 30개 어떤 것은 60개 어떤 것은 100개의 열매를 맺는다고.

빈센트 반 고호 (1853~1890),

'씨 뿌리는 사람' (유화, 1889),  리크스 박물관, 네델란드

 

 예수께서 서기 27년경 갈릴래아에서 활약하실 때 많은 사람들이 그분 주위에 모여들었다. '오병이어'의 사건이 그 절정이라 하겠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예수께서는 반대자들로부터 모함을 받으셨고 제자들마저도 하나둘씩 떠나갔다(요한 6,60).

 

 서기 30년 4월 초순 예수께서 과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셨을 때에는 단지 열두 제자와 갈릴래아 여자 몇 사람만이 동행했다. 예수님의 선교가 이렇게 실패하자 제자들은 실망과 좌절을 느끼면서 스승인 예수님께 하느님 나라 운동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청했을 것이다. 이때가 예수님의 공생활 중반 무렵인데 제자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을 것이다. "저 밭에서 씨 뿌리는 농부를 보시오. 밭에 길이 나 있고 온통 돌밭인데다 잡초마저 무성합니다. 이런 밭에 뿌려진 씨앗들은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없어져 버리지만, 이를 알면서도 저 농부는 큰 기대에 부풀어 씨앗을 뿌립니다. 그랬더니 뜻밖에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이 큰 결실을 맺어 30배, 60배, 100배의 소출을 내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 지금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큰 결실을 맺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하느님 나라 운동을 펼칠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비유에는 하느님 나라 운동이 지금은 실패를 거듭하지만 언젠가는 큰 성공을 거두리라는 확신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계속해서 하느님께 희망을 걸어라." 이것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담긴 의미이다.

 

  인간은 누구나 모든 일에 성공하고 싶어하지만 실패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스도인들 역시 복음을 전하다 보면 성공보다는 실패를 맛보기 십상이다. 하느님 나라 건설에 전력을 다하셨던 예수님께서도 끊임없이 반대에 부딪치셨고 심지어 가장 가까운 이들의 배신마저도 겪으셔야 했다. 그러나 그분은 하느님께 대한 무한한 신뢰와 희망으로 좌절하지 않으셨기에 부활의 영광을 차지하실 수 있었다. 쉽게 좌절하는 우리에게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큰 위로가 된다.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하느님께 희망을 걸고 계속해서 씨앗을 뿌려라. 그러면 하느님께서 결실을 맺게 해주실 것이다."

 

서울대교구 사무처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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