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누구를 위하여 안식일은 시작되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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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7-15 | 조회수2,654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누구를 위하여 안식일은 시작되는가> 출애 11,10-12.14; 마태 12,1-8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잘라먹은 사실이 예수님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논쟁의
빌미가 되고 있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밀을 두 이삭 이상 따는 것만으로도 곡식
을 거두어들이는 추수 행위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리고 손으로 이삭을 비비는 것
은 탈곡과 같았습니다.
제자들의 행동을 문제삼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향해서 예수께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시기보다는 오히려 성서를 예로 들어 반문하고 계십니다. '당신들은 에
비아달 대제관 때에 다윗이 배고 고파서 성전에 들어가 제관들 외에는 먹어서는
안 되는 빵을 먹었다는 대목을 읽어보지 못하였소(1사무 21,1-7), 그리고 안식일
에 제관들이 필요하다면 율법 규정을 어겨도 된다는 대목을 읽어보지 못하였
소?'(민수 28,9이하). 요즘도 사제들이 주일에 미사를 거행할 때에는 신자들과는
달리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하루에 한 번 영성체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자들에
게 적용되는 반면, 사제는 하루에 세 번까지 영성체 할 수 있습니다(지난 번 본
당에서는 네 번을 했습니다. 또 여러 대의 미사를 할 경우 식사와 식사 사이의
간격이 생겨서 허기질 수 있으므로 미사 전에 가벼운 음료, 예를 들면 우유와 같
은 것을 한 잔 정도 마시는 것을 허락합니다).
예수님의 질문을 받는 사람들은 늘 성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었습니다. 따라
서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고 보여집니다. 사실 율법이
하느님의 법이라면 그것은 율법을 지킴으로써 하느님의 자녀로서 잘 살게 하려는
것이지 사람을 율법으로 얽어매서 괴롭히라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뜻에서
예수님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을 위해 있는 것이 아
니다. 사실은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의 '사람'과, '사람의 아들
이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할 때의 '사람의 아들'은 율법학자들에게 있어서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아들'은 곧 '하느님의 아들'을 지칭
하는 것이었기에 율법학자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주는 말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실천 조목입니다. 그러
나 요즘은 마치 안식을 잘 지키지 않더라도 그리 탓을 듣지 않아도 좋은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또 나름대로 응당한 이유만 있
으면 한 주일쯤 빠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주일을 거룩
히 지내라'는 계명은 우리 자신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일이 하느님을 위해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것을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내가 편히
쉬고, 가족과의 나들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한 주일 동안 본의 아니게 멀리 했던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기 위해서, 또한 새로운 한 주간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 마련된 안식일 계명의 의도를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 삶의 모든 규정과 질서들이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위해서 설정
된 것임을 우리들이 알아들을 수 있다면, 우리들은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
습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규정들을 자유롭게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죄를
짓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의미에서 벗어나서 하느님과의 기쁜 만남에 대한 열망
때문에 우리들의 신앙 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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