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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산주보]어떤 변화-김정희루시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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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쪽지 캡슐 작성일1999-07-28 조회수2,664 추천수4 반대(0) 신고

[부산주보 믿는이의 글]

어떤 변화 - 김정희 루치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또 나를 위해서 당신의 몸을 내어 주신 하느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 2, 20).

 

  세 아이의 엄마로서 시어머니와 함께, 결점 투성이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남편을 바라보며 직장생활까지 할 수 있는 힘이 결코 내 안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마음이 기쁘고, 매사에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시어머니에게 고분고분하고, 남편에게 상냥하고, 아이들에게 자상한 엄마 노릇을 하면서도 직장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이 나의 믿음을 보신 그분의 사랑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셔서 우리는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는 종의 멍에를 매지 마십시오(갈라 5, 1).

 

   저는 요즈음 참 자유인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주기적으로 백화점 쇼핑을 가지 않으면 몸이 근질거리고, 정서적 불안이 오는데, 요즘은 백화점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픕니다. 저는 봄이 되면 봄옷을 서너 벌 구입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올 봄에는 옷을 사고 싶다는 욕망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돈이 있으면 쓰고 싶어서 안달이었는데 요즈음은 돈이 있어도 주머니에 오래 갈 때가 많습니다. 저는 적금을 들면 중간에 해약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요즈음에는 묵묵히 세월을 기다립니다. 저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의 삶이 지겨웠는데, 요즘은 매순간 순간이 새롭고 신선하고 경이롭습니다.

   저는 마음을 굳게 먹고 무엇을 하겠다 또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면, 마음을 굳게 먹는다는 그 자체가 무엇인지를 몰라서 허둥거려야 했는데, 지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혼의 고뇌, 영혼의 갈등, 영혼의 힘듦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그런 상태를 회피하기 위하여 소리지르고, 싸우고, 울고, 나타내었는데, 지금은 입 꾹 다물고 그런 상태를 극복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잠잠함, 고요함, 경지에 다른 안도감 같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퇴근 후 가사 노동을 하는 것이 늘 부담스럽고 반찬을 만드는 일은 거의 제 목을 조이는 부분이었는데, 요즘엔 시장에서 무언가를 사서, 만드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가족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일이 즐겁기도 하며, 설거지 또는 청소 후의 그 깨끗한 느낌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변화가 어디서부터 왔을까 짚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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